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소문은 말을 달리듯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런 소문을 들은 조나라 대신들은 무릎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효성왕이 조염파를 유달리 신임하는데 시기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대신들은 입을 모아 조괄을 전장에 내보내도록 적극 추천했다.

“저자 거리에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음은 백성들의 뜻이 그렇다는 것이옵나이다. 따라서 조염파를 물리시고 조괄을 전장에 보내심이 가할 줄 아뢰옵나이다.”

신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조괄 역시 대신들의 주장에 동의했다.

“대왕마마. 소신을 전장에 보내만 주신다면 단참에 진나라 장수 백기의 수급을 거두겠나이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조괄은 머릴 조아리며 목청을 높였다.

효성왕은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조염파 장군이 믿음직하긴 하지만 3년의 세월을 버티고만 있는 것은 부담이었다. 무슨 계략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다른 한편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일시에 백기를 내몰 수 있는 장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화를 누리고 싶었다. 그것은 간절한 희망이었다.

효성왕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것이 합당하겠소. 과인도 판단이 서질 않는 구려. 하지만 이 지루한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시오.”

효성왕은 판단이 흐려져 대신들의 권유와 조괄의 요청에 따라 그를 전장으로 보냈다.
조괄의 전술은 조염파와 사뭇 달랐다. 지구전이 아니라 신속한 공격을 주요 전술로 채택했다. 성에 당도하자 곧바로 수하 장수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전략을 설명했다. 조염파 장군이 채택한 지구전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점에 동의하는 장수들도 한 무리였다. 그들은 조염파 장군이 성에 들어앉아 도무지 전쟁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피가 끓는 병사들과 전공을 세워야 하는 장수들은 그런 조염파의 전략이 못마땅했다. 밀물이 들어차듯 파죽지세로 턱 앞까지 쳐들어온 적을 내치고 싶었지만 총사령관이 이를 허가치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게 조괄이 선제 공격론을 펼치자 장수들은 좋아라 찬동했다. 일부 약간의 장수들은 반대했지만 대다수의 장수들은 적극 동의했다.

조괄의 공격론이 탈력을 받자 병사들의 사기도 일시에 치솟았다. 성에서 지겹도록 훈련만 받던 병사들은 진격에 나선다는 소식이 단물과도 같았다. 솔직히 훈련은 고된 것이었다. 매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산을 오르내리며 창칼을 휘두르고 다니는 것이 예사가 아니었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창칼에 베인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물론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창칼을 휘두르다 보니 상처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숨이 턱밑까지 찼다. 이럴 바에는 빨리 전투에 투입되기를 고대했다. 병사들의 마음이 이지경이다 보니 공격론에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조괄은 제장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제장들은 듣거라. 내일 이른 새벽, 성문을 열고 총공세를 펼 것이다. 성밖에서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저 극악무도한 조나라 놈들을 단칼에 섬멸하라. 동정을 살펴보니 저들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선제공격을 하기에는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된다. 제장들은 있는 힘을 다해 저들의 수급을 거두어 다시는 진나라가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할지어다.”

조괄의 말에 제장들은 눈을 붉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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