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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女 [40]

드디어 영정, 진왕이 되다.

이광희2017.01.06 08:58:17

우여곡절 끝에 영정은 13살의 어린 나이에 즉위하게 되었다.

그를 진왕이라고 불렀다.

그의 대관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장양왕의 상을 치르고 난 뒤 대내외에 영정이 왕위에 즉위했음을 공포하는 정도에 그쳤다. 명분은 장양왕이 갑자기 서거한 것을 진왕이 슬퍼했으므로 화려하게 대관식을 치루지 말라는 어명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왕은 말이 왕이지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었다. 모든 것은 여불위와 태후 조희가 맡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 왕을 앞세우고 뒤에서 모든 정치를 주관했다. 조정의 대신을 인사하는 일에서부터 신임 관료를 뽑는 것이나 국가의 대업을 결정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의견에 어떤 차이도 없었다. 깨진 벽옥의 조각처럼 서로 맞대면 한 치의 틈도 일지 않았다.

명분도 좋았다. 승상이 태후에게 매일 문안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국정을 논하기 위하여 태후궁을 찾는 것은 충성 그 자체였다. 

매일같이 승상 여불위가 태후궁을 드나들며 지정을 나누었다. 그러다 며칠 동안 태후궁을 찾지 못하면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그럴 때마다 여불위는 부리나케 태후궁으로 달려갔다.

“태후마마 소신이 국정에 여념이 없어 잠시 소홀했나이다.”

여불위는 태후를 안고 업음질을 하며 말했다.

“승상을 왜 못 믿겠어요. 하지만 세상이 하수상하니 어쩌겠어요.”

태후는 사내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간드러지게 대답했다.

“그래도 내 마음은 태후뿐이옵나이다.”

여불위가 힘을 쓰며 거칠게 말했다.

“내 어찌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녀자인 지라 기녀들이.... 승상 댁에 드나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피가....”

태후가 마른 숨을 토하며 간간이 여불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염려 거두시옵소서.”

여불위가 분명한 어투로 말을 맺었다. 태후궁에서는 간성이 터져 나왔고 그런 연후에 모든 것은 봄눈처럼 녹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 대해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태후와 승상이 상왕과 같은 위치에서 국정을 논하는 일이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시종들은 잘 알고 있었다.

태후는 늘 목말라 했고 승상은 거친 숨을 토했다. 여불위가 태후궁에서 물러날 때는 허기진 듯 보였다. 쾡한 눈에는 피로가 녹아 있었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므로 우물을 파는 노동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도 코피를 쏟는 일인데 나이든 몸으로는 더욱 고단했다. 그래도 태후가 기쁘하므로 노동은 계속됐다.

좋은 약을 먹고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을 찾아 먹었다. 몸에 좋다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약을 찾아 먹고 장안에 수소문하여 약제를 구했다. 대신들은 여불위의 건강이 말라가는 것은 국사에 시달리고 있기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수분이 줄어드니 몸에 건기가 돌았다.

어찌어찌 해도 자신의 친아들을 보위에 올렸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게다가 옛 애첩을 다시 품고 사니 이 또한 복이라 생각했다.

여불위는 모든 권력을 한손에 틀어쥐고 자신이 그토록 바람했던 욕망을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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