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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女 [42]

이광희2017.01.10 09:07:37

물론 여불위의 탁월한 능력도 한몫을 했다.

여불위는 다른 귀족들과 달랐다. 일반 귀족들은 적당히 이들의 능력과 머리를 빌려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데 그쳤다. 하지만 여불위는 그들의 능력을 빌리고 그것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일에 매진했다. 중부 여불위에게 발탁되면 곧바로 진나라 조정에 나아가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여불위는 그들에게 천하를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혹은 통일 후 중국을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를 연구하도록 했다. 또 그것을 가지고 함께 토론했다. 그 내용을 글로 집필 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여씨춘추’였다.

‘여씨춘추’는 국가 경영에 대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념서였다. 위로는 옛것을 본받고 춘추시대를 정리했으며 전국시대 6국의 지난 일들을 빠짐없이 기술했다. 그들의 과오를 성찰하여 다시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여불위는 여씨춘추가 만들어 지던 날 문객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성대하게 잔치를 베풀었다.

그 한가운데 중부 여불위가 앉았다. 양 옆으로 수십 명의 좌장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더 밑에는 수백의 문객들이 진을 치고 앉았으며 그 주변으로 기천의 가객들이 여불위가 베푸는 잔치에 참석했다.

그 위세가 가히 제왕과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주안상을 마주하고 앉은 자리에서 여불위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에야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어 줄 방향성을 확립하게 되었소. 우리가 왜 천하를 통일해야 하는지 혹은 왜 백성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구했소. 그것이 여씨춘추가 아닐까 하오. 여러 문우들의 노력으로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으니 이는 나의 기쁨임과 동시에 이 나라의 기쁨이 아닐 수 없소. 그런 의미에서 술을 내리니 마음껏 마시고 흥을 다해 보시구려.”

여불위가 잔을 높이 들자 기천의 문객들이 함께 찬을 치켜들었다. 곧이어 좌중에서 ‘상국폐하 천세천세 천천세’가 외쳐졌다.

술잔을 기울이자 이번에는 좌장으로 앉은 이가 주안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한 그는 잠시 여불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멈칫거리다 곧이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누 백 년 동안 춘추전국시대를 경험했소이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이기고 다수는 소수를 짓누르며, 병사들은 서로 싸워 편안할 날이 없었소이다. 주나라는 멸망했고 주나라 천자는 그 권위를 잃은 지 오래되었소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나라들의 죽고 죽이는 혼란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천하를 통일하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소이다. 세상에는 반드시 천자가 있어 그것을 하나로 통일하게 될 것이외다. 그것이 바로 우리 진나라가 아닐까 하오이다.” 

그러자 문객들이 진나라 만세를 연호했다.

다시 여불위가 말을 받아 이었다.

“지금 세상의 학자들은 대체로 정벌을 비난하고 있소.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정의로운 것이라면 옳고, 지원도 옳은 일이요. 나는 그리 판단하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진나라의 장래를 그려야 할 것이오.”

여불위의 당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국폐하 천세 연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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