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2017 시즌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 절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즉, 배구 경기에서 볼을 배분하는 “세터”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훌륭한 세터 한 명이 팀의 승리를 좌지우지하곤 한다. 물론 이것이 배구 경기에서의 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배구와 다른 형태의 스포츠이다. 하지만 야구에서도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통한다. 즉, 야구 경기에서 좋은 투수를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큼 승리의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무리 좋은 선발 투수라 하더라도 5일 로테이션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등판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아무리 좋은 불펜 투수라 하더라도 일주일 6경기 중에 3경기 정도 등판이면 많은 등판을 하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인 운영과 상황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타자는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선수의 실력이 출중하고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일주일에 6경기 모두 출전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투수와 타자. 어느 쪽이 더 팀의 승리에 효율성을 더해주는지에 대해선 많은 이견이 있다.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군림할 때,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고 지칭될 만큼 파괴력 높은 좋은 타자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이글스의 모그룹에서 파생된 표현이지만 “다이너마이트”라는 어마무시한 표현은 한화이글스의 전신이자 강팀으로 군림하던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빙그레이글스 시기에 시작되었고 너무나 적절하게 빙그레이글스의 타선을 표현해주고 있다. 공수주를 겸비한 이정훈(현 한화이글스 스카우트 팀장), 배드볼 히터지만 타율과 최다안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강돈(현 천안북일고 감독), 시대를 거스른 당대 최고의 거포 장종훈(현 롯데자이언츠 코치), 중심타선의 클러치 능력을 살린 강정길(전 경북고 감독), 작전 수행능력과 빠름으로 승부한 쌕쌕이 이중화(현 CMB 해설위원)를 비롯해 유승안(현 경찰청 감독), 강석천(현 두산베어스 코치) 등이 그 시절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들이었다.

한화이글스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다시 주목을 받았던 때는 2000년대 중반 김인식 감독 시절이다. 현재는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우타자로 올라선 두목 김태균(현 한화이글스), 핫코너를 담당했던 든든한 부두목 이범호(현 기아타이거즈), 마지막 선수 시절의 불꽃을 피운 조원우(현 롯데자이언츠 감독), 청주구장의 히어로 이도형, 뛰어난 신체조건과 파워, 선구안으로 중심타선을 지킨 김태완(현 넥센히어로즈), 한국프로야구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인정받는 데이비스를 비롯해 데이비스의 뒤를 이었던 클락, 크루즈 등이 그 시절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들이었다.

이제 한화이글스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세 번째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상수” 보다는 “변수” 즉, 물음표가 너무 많다. 이럴 때는 단점 보다는 장점을 살려 상대편을 압박해야 되는데 하위권에 머물렀던 최근 한화이글스는 그렇지 못했다. 투수진이 부진하면 타선의 힘으로 진흙탕 싸움을 해야 되는데 타선도 동시에 부진한 모습, 투수진이 겨우 살아나면 타선은 또다시 부진한 엇박자의 현상들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는 “변수”인 투수진은 제쳐두고 어느 정도 “상수”에 가까운 타선으로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우선, 국가대표 3인방.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더 이상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선수들이다. 144경기 체제이지만 본인들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의 실력을 선보였다. 김태균은 이글스의 적자로서, 정근우와 이용규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와 예비 FA로서의 동기부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큰 시즌이 될 것이다. 다만, 한국 나이로 36살이 되는 김태균과 정근우, 33살이 되는 이용규. 분명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도 이를 전략적으로 잘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시즌 시작 전 WBC 대회에 차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즌을 일찍 시작한다. 그만큼 체력적인 부분이 부정적으로 도드라질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기에 더욱 걱정이 앞선다. 또한, 정근우의 무릎과 이용규의 종아리 부상에 대한 우려도 감안을 해야 한다. 체력과 부상이라는 변수만 없다면 이들 국가대표 3인방은 지난해와 같은 여전한 활약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다음은 독수리 5형제. 김경언, 최진행, 송광민, 로사리오, 하주석이다. 김경언과 최진행은 부상에서 회복되어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외야의 양 코너를 담당하는 수비수로서의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타격에서만큼은 팀 내 경쟁자들을 물리칠 검증된 실력이 있다. 2015 시즌의 “갓경언”으로 돌아올 김경언과 시즌 30개 이상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렸던 거포 최진행의 힘은 중심타선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또한, 지난 시즌에 이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 후반기 김태균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며 타격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한국프로야구 첫 해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설익은 1루 수비의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사리오가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테임즈급의 성적을 올려준다면 “닥공(닥치고 공격)”만 해주면 된다. 장타에 비해 아쉬운 출루에 대한 욕심도 로사리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송광민과 하주석. 수비의 부담이 큰  핫코너와 유격수를 담당하지만 역시나 수비 보다는 타격에 재능이 많은 선수들이다. 어느덧 35살의 베테랑이 되었지만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송광민. 3할 타율 보다는 20홈런이 더 어울리는 타자로 2017 시즌을 맞이하길 기대해본다. 한화이글스의 미래 하주석. 성공적인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지만 부상도 있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온전히 지낼 수 있는 체력과 무엇보다 선구안이 필요하다. 하주석의 파워와 스피드는 이미 확인이 됐다. 이제는 정확성에 눈을 떠야 한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의 국가대표 3인방을 축으로 독수리 5형제가 타격에서 제 모습을 보인다면 타선만큼은 9개 구단과 견줘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독수리들은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가동될 때, 강팀으로 군림했다. 이제 지나간 과거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아니라 2017년 현재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폭발을 기대해본다.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 시즌을 준비하고 있을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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