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리옹 리포트] 트램은 도시의 얼굴

누에를 닮은 리옹의 트램

리옹은 프랑스의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원래는 3번째였는데 2015년에 지방행정체계 개편에 따라 광역도시(Metropolis Lyon)로 출범하면서 제2의 도시가 됐다. 

인구는 140만 명이고 지리적으로 도로 및 철도교통의 중심지이다. 리옹은 디자인, 축제, 음식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12월에 열리는 빛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다. 이 기간이 되면 온 도시가 형형색색 독특한 모양의 빛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들떠 있으며 모든 호텔이 만실이 된다. 또한 ‘미슐랭 스타’에 빛나는 음식점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도시여서 맛에 관한한 자부심이 대단한 도시이기도 하다. 

사실, 도시인구는 140만 명이지만 하루통행량은 대전시(340만 통행)보다 많은 450만 통행 수준이다. 통행의 편리성으로 인해 1인당 통행수가 많고 환승이 많으며 주변도시로부터 통행이 많기 때문이다. 통행 수는 대체로 소득과 교통의 편리성에 대한 대체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리옹의 교통수준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의 인구 40~50만 도시와 150만 명 되는 대전시와의 비교불가론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인구규모만을 기준으로 교통수단의 적합성을 비교한다거나 우위를 비교하는 것은 적어도 교통인프라측면에서 큰 오류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리옹의 교통네트워크는 지하철이 4개 노선, 트램이 6개 노선, 버스가 130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광역시로 통합되기 전에 공식인구가 46만 명 이었는데, 이 도시의 대중교통 인프라수준이 150만 도시보다 그 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나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리옹역 주변의 대중교통.


리옹역에 내리면 가장 앞쪽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에 대중교통이 있다. 파리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떼제베(TGV)를 타고 2시간가량 달리면 리옹역(Lyon Part Dieu)에 도착한다. 

리옹역 주변은 대중교통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역 앞으로는 트램노선 T1, 메트로노선 B, 간선버스 C1, C2 등이 역 광장을 걸어서 나오자마자 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역 뒤로는 트램 T4노선과 리옹공항으로 가는 T6 트램 정류장이 있다. 

한마디로, 리옹의 관문에서 도시의 어디로든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대중교통인 것이다. 도시 관문에서 대중교통의 역할과 환승에 대한 모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중교통은 가장 앞쪽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에, 가장 우선적으로 놓여있어야 한다. 그 것이 대중교통이다.

이재영 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
정류장에 있는 자판기에서 표를 끊고 플랫폼에서 트램을 기다리자 얼마 안 되어 누에처럼 생긴 트램이 낭랑한 종소리와 함께 스르르 밀려온다. 언뜻 보면 실제 누에가 기어오는 느낌이다. 

리옹이 처음은 아니지만 트램을 볼 때마다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을 보면 디자인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 누에를 본적은 있는데 그 느낌이 너무 흡사해서 소스라칠 정도로 놀라게 되니 말이다. 리옹은 예전에 실크직물업이 성행했다. 그래서 지금도 구도심에 가면 가내 수공업을 했던 일터이자 생활공간이었던 아파트가 남아있다. 

아무튼, 트램의 디자인 역시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도시의 상징이자 경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방인에게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어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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