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무체육관 권영국 관장의 도전기…4월 22일 MAX-FC 개최

충남 홍성군 청무체육관 권영국 관장.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효도르가 준 도복을 아껴 입고 있는다고 한다.

지난 24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조양문 인근, 오래된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청무체육관을 찾았다. 가난한 운동선수가 이를 악물고 훈련해 성공한 어느 영화속 배경이 떠오르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음달 22일 열리는 ‘MAX-FC 및 무에타이 국가대표 선발전’ 준비에 한창인 권영국(50) 관장을 만났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첫인상과 달리 도복으로 갈아입고 무에타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빛부터 달라지는 권 관장. 

당초 인프라가 열악한 내포지역에서 무에타이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끌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인생 도전기와 무에타이 예찬론이 더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됐다.

“아무리 못난 나도 20년 넘게 노력하니까 적이 없더군요”

체육관 한편에 가득한 각종 대회 메달과 상패. 그의 화려한 이력은 20여년간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보통 달인이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 하곤 한다. 대략 하루 3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그런데 이건 ‘보통의 소질’은 갖고 있어야 가능한 것. ‘최악의 소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영국 관장의 이야기다.

권 관장은 7살 때부터 고3때까지 13년간 태권도를 했다. 하지만 한 번도 대회에서 입상해본 적이 없다. ‘강함’에 대한 동경이 필연적인 무술인으로서 자괴감이 들 수밖에. 그리고 눈을 돌려 체육관 7곳을 헤맨 끝에 서울 청무중앙본관에서 무에타이를 배우게 된다.

운동선수가 직업이 될 수 없었던 그는 생업을 따로 가져야 했다. 당시 권 관장의 직업은 ‘요리사’였다. 요리사 경력도 꽤 눈길을 끈다. 19년간 디저트와 제과분야에서 일하면서 홍대입구의 서교호텔, 한강 유람선 오픈, 이천 미란다 호텔 등을 거쳤다. 13년차에 접어들면서 무에타이 프로선수를 시작했고 11년 동안 26전 24승 2패 21KO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중·고시절 운동선수로서 존재가치가 없었어요. 문득 ‘나중에 자식들이 1등을 해봤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하지?’ 두렵더라고요. 그 길로 현존하는 가장 강한 무술로 성공해보자는 생각으로 무에타이에 도전했어요. 더디긴 똑같았지만 13년차가 되니 상대가 없더라고요.”

운동에서 배우는 인생교훈…“길게 보고 꿈 키우길”

권 관장의 훈련지도 모습.

“제가 그래서 그런지, 체육관에서도 운동신경 좋고 잘하는 아이보다 소질은 없어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더 정이가요. 아이들에게 ‘관장님처럼 별 볼일 없는 사람도 20년 동안 하니까 다 되더라, 너네도 20년만 노력하겠다는 생각으로 꿈을 키워라’ 말해요. 10대에 꿈을 갖고 20년간 노력해봐야 30대입니다. 그런데 30대 때 주변을 볼 때 꿈을 이룬 사람이 드물거든요. 그러니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죠.” 

실제로 체육관에서는 제2의, 제3의 권영국이 될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천정에 달린 철봉을 왕복하는 것도 입문 1주일 만에 성공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7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7년 만에 성공한 아이를 체육관 식구가 한 맘으로 축하했던 그때만큼 보람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권 관장은 회상했다.

무에타이는 상체와 하체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특성상, 같은 조건과 동일한 시간이라면 운동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권 관장은 말한다. 펀치, 킥은 물론 목씨름, 팔꿈치 동작 등 전신근육이 단련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탁월하다는 것. 그러나 권 관장이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아이들이 대회에서 몇 번씩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각의 링을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살 때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길 바래요. 그래서 지더라도 공부가 되는 경기가 필요하죠. 이걸 몰라서 처음엔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힘든 훈련을 강요했었는데, 지금은 아이의 특성에 따라 훈련법을 적용하고 있어요. 이것이 제가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열악한 조건 속 5번째 전국대회…세계 무술대회 유치 도전


권 관장은 후학 양성과 함께 경기해설, 링아나운서, 심판 등 무에타이와 입식격투기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한 달여 뒤 열리는 ‘MAX-FC’와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 및 전국 신인선수권 대회’도 유치했다. 벌써 5번째 개최하는 전국대회지만, 이번 대회는 권 관장에게 더욱 특별하다.

“저와 25살 때 처음만나 ‘2010 베이징 무술 올림픽’ 때 저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무에타이 대표선수로 출전한 최진선 선수가 있어요. 국내 4개 단체 챔피언을 지냈고 이젠 38살이 돼 6살, 3살 된 아들도 있죠. 이 친구의 은퇴경기를 제대로 열어주고 싶었고 후배들에게는 이쪽 계통도 은퇴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홍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전문 스포츠 채널 ‘IB스포츠’에서 생방송하고 네이버, 페이스북에서 생중계, JTBC3에서 녹화중계 하는 등 상당한 규모의 행사다. 다행히 지역에 무에타이 저변을 확대하고 관람문화 활성화 취지에 공감한 홍성군과 체육계의 십시일반으로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 무술올림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짐한 게 3개 있어요. 최진섭 선수 은퇴경기, 유료관중 500명 규모의 국내형 입식격투기 전용 경기장, 세계 6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무술올림픽 유치입니다. 이제 하나 이룬 거죠. 앞으로도 저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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