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실, 현수막 통해 명예훼손 주장..시민단체 맞대응 예고

이장우 국회의원이 현수막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현수막 게시자를 수사의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이 의원실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 사진속 현수막은

이장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동구)이 촛불집회 기간 중 대전 곳곳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현수막이 내걸렸다며 수사를 의뢰해,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19일 이 의원실 및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 의원실은 지난 1월 13일 동구지역 주요 4거리 등에 현수막을 건 신원 불명의 현수막 게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수사의뢰했다.

당시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이 의원 지역구인 동구 뿐 아니라 대전지역 곳곳에 게시돼 있던 상황.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에 참여한 각종 단체가 게시한 현수막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의원실이 문제삼은 현수막은 게시자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대략 9개 정도로 알려졌다. 현수막에는 '이장우는 대전의 박근혜다. 범죄자 박근혜 비호하는 이장우는 사퇴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이 의원이 당시 현수막 사진을 증거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수사의뢰한 것.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연말부터 이 의원실 앞을 비롯해 동구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시민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자 당사자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다.

동부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은 시민 임모씨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동구 삼성동 소재 이 의원실 앞 인도와 가오동 홈플러스 부근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해 왔다. 임씨는 촛불집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친박계 대표 의원이자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경찰이 임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이유는 현수막 제작업체를 통해 수소문해 본 결과, 이 의원실에서 문제를 제기한 현수막 제작을 임씨가 주문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동구지역 주민들 중 후원금을 보낸 주민들을 대신해 현수막을 주문하는 일을 맡아왔다는 입장이다.

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동네 촛불로 친박 대표주자인 이 의원실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해 왔는데 현수막 게시 내용이 명예훼손이라며 출석요구서가 왔다"며 "유권자들이나 주민들의 요구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단 한마디 반응이 없다가 국정농단이 거의 심판받는 상황에서 수사를 의뢰한다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수막은 개인 차원에서 게시한 것이 아님에도 주민들을 유권자가 아닌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이 유권자를 고소하고 수사의뢰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전 박근혜 퇴진 운동본부) 관계자도 "이 의원이 주민들 뜻에 반해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옹호하는 행태에 대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이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은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런 것 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면 정치인으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이 의원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 의원실은 촛불집회 참가자가 아닌 신원불상의 현수막 게시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다는 반응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사람을 수사의뢰한 것이 아니라 현수막 게시단체명이 적시돼 있지 않은 신원불상의 현수막에 대해서만 경찰에서 수사를 해달라고 의뢰한 것일 뿐"이라며 "촛불집회를 탄압하려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단체명이 없는 신원불명의 현수막에 대해서만 누군지 모른채 수사의뢰한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이 의원측에서 촛불집회가 아닌 현수막 게시자에 대해서만 수사의뢰가 들어온 만큼 조사를 통해 누가 현수막을 게시했는지와 현수막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계획"이라며 "촛불집회와는 상관없이 현수막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20일 오전 10시 30분 동구 삼성동 이 의원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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