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세종시' 단골메뉴..지역 정치권 영향력 부족 '지적'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청권 민심을 끌어 당길만한 ‘빅 이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여론이다.

대통령선거가 채 20일도 남지 않았지만 충청권 민심을 끌어 당길만한 ‘빅 이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림현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주요 대선 후보들이 충청권 표심을 겨냥해 내놓은 대형 공약이라고 할 만한 이슈는 ‘세종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 분원 설치를 약속했다.

충청도엔 세종시만 있나..해묵은 공약에 피로감과 상대적 빈곤감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고, 대통령과 국회를 모두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국회와 행정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세종시 이슈’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 이후 총선과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단골 메뉴였다. 올해 대선에도 어김없이 ‘재탕·삼탕 공약’으로 등장했다.

대전과 충남·북 등 인접 지역민들은 세종시 입장을 고려해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이슈에 피로감과 함께 상대적 빈곤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세종시가 발전할 경우 충청권이 동반성장할 것이란 예상보다 ‘세종시 블랙홀’로 인한 지역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정치권, 세종시와 견줄 대형이슈 발굴 '뒷전'

지역사회에서는 세종시와 견줄만한 ‘대형 이슈’를 발굴해 대선 공약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역의 정치적 역량은 이 같은 요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지난 2014년 9월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세종시에서 충청권행정협의회를 열고 국회 분원 및 청와대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 등 충청권 공동발전을 위한 12개 안건을 골자로 공동결의문을 채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처럼 지역사회에서는 세종시와 견줄만한 ‘대형 이슈’를 발굴해 대선 공약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역의 정치적 역량은 이 같은 요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을 당시 당진 석탄화력을 근거로 한 미세먼지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안 지사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또 충남과 충북은 도로나 철도, 항공(청주공항), 해양(당진항·대산항) 등 인프라를 활용한 이슈들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전도 핵폐기물과 관련한 이슈가 생산적이었지만, 이렇다 할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후보는 충남도가 대선공약으로 제안했던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동서횡단철도) 건설사업을 공약에서 배제하면서 지역사회가 당혹감에 빠졌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다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문 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지역민은 “선거운동기간 지역 국회의원들을 보면 과거처럼 유세나 하러 다닐 줄 알지, 지역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충청 인물 없는데다 시기적 구조적 문제..대선 때 지역 이슈 부각 어려워"

목원대 행정학과 권선필 교수는 20일 <디트뉴스24>와 통화에서 “충청권 대표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역 공약마저 없는 게 사실”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지역 공약에 소극적인 이유를 시기적·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그는 “우선은 지역 공약을 얘기할 만한 시간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지역 색이 옅어졌다.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로 분리돼 있고, 영남도 홍준표와 유승민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로 갈리다 보니 지역 색을 드러낼 경우 본인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대선이 끝난 이후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 때나 지역 이슈가 나올 것 같다. 이번 대선 때는 지역 이슈가 국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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