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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정동영에 없던 ‘내일과 변화’

김학용 주필2017.04.21 16:42:07

대통령 선거가 총선과 다른 점은 ‘어제’가 아니라 ‘내일’을 보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구도’나 ‘바람’이 큰 변수가 아니라면 ‘내일’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있는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도 그런 현상이 뚜렷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승리 후보의 공통점 ‘변화에 대한 기대감’

노태우의 당선은 양김(兩金) 출마의 선거 구도가 낳은 결과였으나, 그 뒤로는 그래도 ‘내일’을 보여주는 후보가 선택을 받아왔다. 김영삼의 당선은 군사정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들의 기대였고, 김대중의 당선은 야당에게도 권력을 맡겨보자는 국민의 결심이었다.

노무현의 당선은 기득권을 바꿔보자는 생각이었고, 이명박의 당선은 우리도 경제 대통령을 뽑아보자는 의미였다. 박근혜의 당선은 끊이지 않는 ‘정치 부패’를 한번 바로잡아보라는 주문이었다. 그가 뇌물죄로 갇혀있는 건 아이러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 정권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후보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패자의 면면을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해진다. 대쪽 판사 출신의 이회창은 조건으로 보면 누구보다 유리한 후보였으나 두 번의 도전에서 다 실패했다. 이회창 시대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내일’이 분명하지 않았다. 패자 정동영에게도 문재인(18대 후보)에게도 ‘변화’와 ‘내일’이 없었다. 적어도 국민들 눈엔 그게 안 보였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어떤가?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에서 1등을 달리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갖기 어렵다. 그는 ‘나라다운 나라’를 외친다. 박근혜 정권이 나라답지 못하게 국정을 운영하다 저 꼴이 된 것을 빗대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말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이건 달라지겠구나 하는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로 되돌아가겠구나 하는 정도로만 들린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내일을 준비하는 ‘자기 상품’이 없어서 실패했다. 이 점에선 지금도 나아진 게 없다. 그가 또 실패한다면 이것 때문이다.

안철수는 이 점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이었다. 변화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불러낸 정치인이다. ‘새 정치’ ‘안철수 현상’은 한때 국민들이 그를 위해 붙여준 이름이었다. 그는 ‘기업인이면서도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그가 하면 정말 정치도 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 현실의 벽 앞에서 그는 현실 정치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국민의당을 만든 창업주”라고 국민들에게 대놓고 말할 정도의 현실 정치인이 되었다. 이제 유력한 후보까지 되었으나 새정치는 오히려 찾기 어려워졌다. 그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소리로만 일관하고 있다. 중간 이하의 정치인이 하는 수준의 말과 행동이다.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보수의 몰락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지지율로 보면 홍준표도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제2의 정당 후보다. 기적이 일어나 대역전을 한다면 한국의 내일에 어떤 변화가 올까? 민노총 전교조와 심각한 갈등과 대치 장면은 눈에 그려진다. 독선과 고집으로 나라가 시끄럽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박근혜가 그런 식으로 나라를 망치고 본인까지 망했는데 뒤를 잇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변화가 아니라 정체이고 후퇴일 뿐이다.

문재인 안철수에게 찾기 어려운 ‘내일과 변화’

후보들이 거창한 공약으로 변화를 약속해도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진실성이 담겨야 하며 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노무현은 ‘변화’를 위해 유리한 서울을 떠나 굳이 불리한 부산에서 출마하면서 사람들이 그를 달리 보았고, 이명박은 대기업 사장을 지낸 것이 ‘경제 대통령’ 약속을 믿게 만들었다.

안철수에겐 교과서까지 실릴 정도의 ‘착한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과거가 지금도 유효한가? 그에게 애초부터 그런 보물이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문재인에겐 ‘내일’이 보인 적이 없다. 노무현 정권에서 비서실장을 하다 지난 대선에서 친노 대표선수로 불려나와 뛴 게 전부다.

대선은 과거가 발목을 잡아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여줄 미래가 없어서 지는 선거가 많다. 듣도 보도 못한 트럼프가 낮은 지지율로 출발해서 온갖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승리한 것은 미국 국민들이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당선이 곧 성공일 수는 없으나 당선의 공식에는 ‘내일과 변화’가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그게 빠진 선거로 가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 문재인이 노무현 정권 때 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북한에 물어봤는지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패배한다면 이런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라도, 보여줄 미래가 있는 데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점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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