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법장은 당돌하면서도 총명한 ‘군’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하인인지라 그녀를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참에 ‘군’이 먼저 유혹을 하고 있으니 못이기는 척하며 받아줄 따름이었다.

법장은 ‘군’처럼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팔딱거리는 부푼 가슴과 가냘픈 허리가 손끝에 예민하게 닿았다. 그녀의 몸은 불덩이처럼 달아있었다. 손이 열기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 젊은 남녀의 숨길이 불규칙적으로 부딪혔다.

말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두 사람은 짐승처럼 뒤엉켜 어둠이 부서지도록 서로를 탐닉했다.

그녀는 이미 치마가 들려 올라간 상태였으며 법장의 바지는 발목에 걸려있었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뒤엉켰다. 그것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전후좌우가 뒤바뀌기를 수없이 거듭했다. 어둠의 열기가 온몸을 땀범벅으로 만들었다. 방앗간의 디딜방아 공이 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때로는 둔탁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미끈거리기도 했다.

그들은 중천에 뜬 달이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날 밤 이후로 ‘군’이 법장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부드러워졌으며 그에게 무엇이라도 더 주지 못해 안달이 났다.

기회만 닿으면 상교를 만나지 못해 조바심을 태웠다.

집안 식솔들은 그들의 관계를 알아채고 있었지만 입에 담지 못했다. 숙덕거리며 입길 할 뿐이었다.

“아씨께서 상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그것을 이제 알았어. 벌써 오래전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래.”

“큰일이구만. 태사 나으리께서 이일을 아시면 상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는데.”

부엌 구석에서 집안 나인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이런 사실을 태사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법장의 인물됨이 남다르니 눈감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머슴과 놀아난 딸을 다그칠 수도 없었다.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나으리. 이일을 어쩌면 좋겠수?”

태사의 부인이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대충은 들어서 아오만 걱정이 태산 같소.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랫것과 놀아나고 있다는 얘기가 집밖에 나가면 무슨 망신이오. 또 딸아이의 장래는 어떻게 되고.”

“글쎄 말입니다. 어쩌면 좋겠수.”

부인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상교 그놈은 보통 놈이 아닌 듯싶은데. 신분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오.”

태사는 길게 숨을 내쉬고 천장을 멀뚱하게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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