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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실패한 기자실 개혁, 안희정은?

[디트의눈] 충남도 통합브리핑룸 신설을 보는 2가지 관점

김재중 기자2017.07.11 18:06:03

▲안희정 충남지사(왼쪽)와 노무현 전 대통령. 자료사진


충남도청 기자실이 시끄럽다. 청사 5층에 있는 지방기자실과 중앙기자실을 하나로 합치고, 그 위치를 1층으로 이전한다는데 상당수 언론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기존 기자실을 ‘통합 브리핑룸’ 형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충남도 계획에 대해 일부 언론사들이 ‘취재 보이콧’이라는 형태로 맞서고 있다고 하니, 세간의 이목이 충남도에 집중되지 않을 리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툼이 어떻게 종결될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 논란에서 두 가지 논리가 맞부딪히고 있다. ‘특권 타파’와 ‘언론정화’ 두 가지 관점이다.  

먼저 ‘기자실’을 특권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충남도의 ‘통합 브리핑룸’ 계획에 반대하는 언론의 집단행동은 그야말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통합 브리핑룸’ 계획은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개방형 브리핑룸제’의 연장선에 놓여 있을 터. 당시를 기억하는 중견급 이상 기자들은 현재 충남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자실 논란’이 ‘2003년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음을 직감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언론개혁의 한 방편으로 제시했던 ‘기자실 폐지, 개방형 브리핑룸 신설’은 한국의 ‘기형적 출입처 문화’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했다. 기본적인 발상은 ‘기자단 운영의 폐단을 없애자’는데 있었다. 

‘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기자들이 정보를 독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방침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정책결정을 흔들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기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행정 권력과 결탁하거나, 최소한 공생을 도모하는 창구로 활용되면서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상실되는 등 부작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노무현의 시도’는 미완의 개혁으로 끝났다. 힘으로 밀어붙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언론자유 침해”라는 기득권 언론의 강변에 노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대안언론 초창기 시절이었던지라, 우군 또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철옹성’ 같았던 출입처 문화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출입기자 개방형 등록제’를 시작하자, 중앙 부처들도 이를 준용해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기득권 언론과 대안언론의 어정쩡한 동거(?)가 시작된 것도 이무렵 부터였다.

반면 ‘언론정화’의 관점으로 보면, 충남도의 ‘통합 브리핑룸’ 계획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취재력으로 기사한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유사언론인(일부가 사이비기자라 부르는)들에게 조차 동일하게 문호를 개방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관공서를 출입하는 상당수 기자들이 언론 본연의 취재·보도 영역보다는 이권개입이나 광고수주 등 ‘떡고물’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스럽지도 않은 이야기다. 정상적 취재활동을 하는 기자들이 이들을 배척하는 것을 두고 ‘기득권 지키기’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일부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기관이 특정 언론에게만 ‘부스(칸막이형 책상)’를 제공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취지대로라면, 특정 언론에 대한 편의제공은 명백한 위법에 해당된다. 사실 굳이 ‘김영란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청사 내부에 있는 ‘기자실’이라는 공간은 시민의 혈세로 유지되는 ‘공적인 공간’이다. 이 공적 공간을 특정 사기업 몇이 수 십년 동안 무단 점유해 왔는데, 아직도 점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면 지나친 논리비약일까? 

물론 헌법적 가치에 기초한 공적 영역인 언론기능을 간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도청사 내부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이야기하고, 또 언론이 이를 취재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언론이 이 공간의 주인행세를 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공적 공간의 사유화’에 동의할 주권자가 과연 있을까 자문해 봐야할 시점이다. 

충남도의회는 통합브리핑룸 신설 등을 포함한 청사 리모델링 계획에 대해 오는 17일 심의를 벌일 예정이다. 도의원들이 고심하리란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정 언론에 대한 압박감도 느낄 법하다. 그런데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마시라.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바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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