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은 광활한 화북평원의 동쪽에 우뚝 솟아있는 태산산맥의 주봉이옵나이다. 그 산은 제나라와 노나라에서 고래로 제사와 숭배의 대상 이었사옵나이다. 게다가 오악 가운데 으뜸으로 여타 산들을 압도하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봉선을 이룩하심이 가할 줄 아뢰옵나이다. 아울러 천하제일의 성산에서 봉선을 시행하심으로써 천명을 획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옵나이다.”

“그래. 그렇다면 태산에서 봉선을 해야겠구먼.”

시황제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 봉선은 극비리에 추진하는 것이 가 할 줄 아옵나이다.”

노생이 엎드려 아뢰었다.

“아니 그것은 또 무슨 연유요. 천명의 획득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터놓고 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것은 그렇지 않사옵나이다. 이른 봄 태산에 올라 봉선을 행하고 사방을 둘러보시면 생명의 회춘을 기대할 수 있사옵나이다. 이는 서주의 왕들도 그러했으며 제나라에서 역시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관례였사옵나이다. 시황제 폐하의 회춘과 불사등선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황조에는 생명력이 보증되기에 더욱 극비리에 행하셔야 하옵나이다.”

“불사등선이라. 죽지 않고 신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말이렷다?”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황제의 행차가 박랑사(博狼沙)와 역산(嶧山)을 지나 어느덧 태산에 이르게 되었다.

태산에는 이미 많은 백성들의 노역으로 정상까지 가파르게 계단을 깎아 놓았다. 밑에서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의 경사였지만 시황제는 가마를 타고 그곳까지 올랐으므로 등정에 어려움이 없었다.

정상에 올라 흙으로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의를 올렸다.

물론 그것은 노생의 말처럼 극비리에 진행됐다. 경호를 담당하는 군사들이 산을 에워싼 상태에서 승상 이사와 낭중령 조고, 경호담당 위위, 술사 노생 등 몇몇 제의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실시됐다. 제사를 관장하는 태상이 시황제의 시중을 들었다.

다른 군신들은 산 아래에서 제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여독을 풀었다.

시황제가 태산에 올라 봉선하기 전 지역 유생들은 말들이 많았다.

그들은 태산이 본래 신성한 산이라 흙이나 돌, 혹은 나무, 풀 한포기도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고래로 천자가 산에 오를 때도 마차 바퀴에 창포를 감아 산이 상하지 않도록 했으며 산에 올라서는 짚으로 멍석을 깔고 제사를 올렸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다보니 시황제가 걸어서 태산에 올라야 할 지경이었다. 이런 문제로 유생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순행 중에 접한 시황제는 단호하게 말했다.

“태산에 길을 낸다고 태산이 무너지겠느냐. 서둘러 길을 내도록 하여라.”

이로써 태산에 길이 나고 계단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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