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서복에게 있었다. 한번은 서복이 삼신산이 보이는 지점까지 배를 몰아갔지만 높은 풍랑이 일어 더 이상 접근치 못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하는 일이 멀지 않았다고 믿었다.

“서복이란 자는 너무나 담대한 인물이구나. 여러 차례 실패했음에도 짐을 위한 충성심에 또 출항을 한다고 하니 내 어찌 가상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에게 많은 재물을 내려 불로초를 기필코 구하도록 하렷다.”

시황제는 서복의 용기를 북돋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른 봄이 왔을 즈음 낭야대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황제 폐하. 드디어 바다를 건너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서복이 삼신산으로 들어갔다 하옵나이다.”

승상 이사가 고했다.

“뭐라. 서복이 삼신산으로 들어갔단 말이냐? 그렇다면 이제 불로초를 구하여 돌아오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로구나. 이보다 기쁜 소식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이냐.”

시황제는 크게 웃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 소식은 누가 전하였는고?”

“서복과 같이 동행했던 예하 관졸들이 서복의 명을 받고 돌아와 낭야대에 전했다 하더이다.”

“그럼 그렇지. 짐이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지난번에 삼신산 앞에서 풍랑을 만나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미 짐은 이런 기쁜 소식이 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느니라. 그런데 언제쯤 돌아온다는 소식은 없었느냐?”

시황제가 바쁜 마음에 되물었다.

“그 관졸들이 소식만을 전하고 다시 삼신산으로 향했다하오니 머지않아 좋은 전갈이 올 것이옵나이다.”

“그럴 테지.”

시황제는 흐뭇한 표정으로 승상 이사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제 기다리면 불로초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듯이 보였다. 시황제는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희망이었다.

한편 불로불사의 생약을 구하기 위해 삼신산으로 떠난 서복은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며 황해를 항행했지만 삼신산은 결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던 가운데 멀리 동쪽 바다 건너 두터운 안개 속으로 육지를 볼 수 있었고 그것이 삼신산이라고 굳게 믿으며 한 무리의 예하 관졸들을 낭야대로 돌려보내 삼신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일렀다.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죽음밖에 기다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서복인지라 그 삼신산이 희망하는 세상이라면 불로초를 구하여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곳에서 뼈를 묻을 요량이었다.

때문에 서복은 전갈을 위해 한 무리의 예하 관졸들을 돌려보냈다. 그들이 낭야대에 당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하 관졸들은 서복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었으므로 낭야대에 소식을 전하고 더욱 푸짐한 보상을 받아 서복을 찾아 바다로 나선 것이었다.

희망의 소식을 접한 시황제는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들뜬 기분으로 다시 순행길에 오를 것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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