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방점은 서울에 찍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예정부지 모습. 자료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예정부지 모습. 자료사진.

“국회를 완전히 세종으로 이전해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어 시민들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여의도와 그 주변은 개발 제한을 풀어 서울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승부수를 띄웠다. 세종으로 국회를 완전 이전하겠다는 것. 속내는 빤하다. 서울과 충청권 표심을 한 번에 사로잡겠다는 취지다.

한 위원장은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은 ‘서울 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발언을 찬찬히 뜯어보면, 국회 완전 이전 목적은 ‘여의도 정치 종식’, 결과는 ‘서울 개발’이다.

그가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에 행정수도 세종은 없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물을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은 세계적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의도 고도 제한을 풀고, 재개발을 활성화해 ‘글로벌 금융 중심지’ 도약 계기를 마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방점은 ‘서울 개발’에 찍혔다. 여의도와 인접한 마포, 영등포, 동작, 양천, 용산 등을 중심으로 연쇄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해묵은 ‘행정수도 세종’ 이행 과제를 ‘메가서울’ 건설을 위한 들러리로 세웠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회 완전 이전에 따라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개헌 문제, 대통령집무실 이야기도 쏙 빠졌다. 이는 ‘총선용 공약’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국회 완전 이전 필요성 으로 ‘행정 비효율’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으면서 대통령실 이전엔 곧바로 선을 그은 모습 역시 모순적이다.

“사과부터 하라”는 시민사회 차원의 공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주 2회 국무회의 세종 개최’ 공약이 결국 공수표였다는 사실을 단시간에 깨달았다. 국정과제인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가 요원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를 찾는다. 상징적인 행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여러 번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 충청권 유권자들의 문제인식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점. 

두 마리 토끼 잡을 생각 말고, 오랫동안 방치해 온 한 마리 토끼가 집권 여당 눈 앞에 있다. 이제 상징이 아닌 실질 해법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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