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 칼럼]

Ⅰ. 지난 달 27일 대전시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우선 사업자로 (주)신세계 콘소시엄을 선정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모두 5조 6천억원이 투자되며, 지하 4층과 지상 43층 규모이고, 189m에 이르는 전망타워도 있다. 연말까지 사업계획서 검토와 보완을 거쳐 올해 안에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8월에 착공하여 2018년 7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대전시에 의하면 향후 30년간 2조 6천억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2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연 620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TV 화면에 보여 지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화려하고 웅장한 조감도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와 함께 시민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정용길(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말 엑스포 과학공원에 이와 같은 복합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이 대전시에 커다란 축복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시의 발전에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논의의 초점을 대전에 이런 초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이 과연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지, 그리고 엑스포 과학공원에 이러한 시설을 건립하는 것인지 타당한지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지역에 투자자본 들어오는 것 막는 것은 소탐대실일 수도

Ⅱ. 대전에 이러한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지역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영세 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형 쇼핑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본의 역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투자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발전에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자치 단체장들은 경쟁적으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그 돈이 지역자본이든 외지자본이든, 또는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상관없다. 돈에는 고향도 국적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은 이익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5천억 이상 투자하겠다는 기업의 제안을 막을 이유도, 그럴 능력도 없다. 국내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대에 해외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은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 다른 지역보다 차별적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살려 대전의 경제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물류시설과 유통시설이 아직 없다. 이는 대전의 장기적 발전과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전시는 지난 10년 이상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점포관리계획’이라는 행정조치를 통해 대규모 점포의 신규입점을 막고 있다. 덕분에 중소 상인들의 보호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대전은 대형 마트수가 14개로서 비슷한 규모의 광역시보다 많은 편이지만 총면적에서는 울산이나 광주보다 뒤지고 있다. 매장면적 1m2당 인구수는 7.47명으로서 6대 광역시중 가장 높다. 이는 대전 시민들이 상당히 혼잡한 상황에서 쇼핑을 하고 있으며, 반면에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대형 마트들은 매우 편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전시가 대형 마트들의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 

중소유통업자-대규모 유통업자 구분해 정책 달리하는 투 트랙 전략 필요

대규모 점포가 대전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유통인프라 구축과 차별화 전략에 대전시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점포들은 서로 경쟁하도록 하여 소비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파이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크기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유통업자와 대규모 유통업자를 서로 구분하여 정책을 달리하는 이른바 투 트랙(two-tracks) 전략이 필요하다.    

Ⅲ. 대전에 5천억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어 지역을 대표할 만한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에 연면적 10만 평에 이르는 초대형 유통시설이 들러오는 것은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1. 엑스포 재창조 사업의 기본정신과 대형 쇼핑몰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바로 인접하여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책임질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들어설 예정이다. 기초과학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쾌적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과학벨트 기본계획에서도 둔곡지구에 IBS를 건설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정안 추진으로 인해 과학공원으로 위치가 변경되었다. 정부의 수정안은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IBS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IBS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책임지는 핵심적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하루에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대형 쇼핑몰이 입지하는 것은 IBS의 연구 환경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응용과학을 탐구하는 연구소의 경우에도 주변의 혼란과 소음은 연구 분위기를 해칠 수 있을 텐데 순수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대형 쇼핑몰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은 상극의 조합이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와 대전시가 얻게 되는 효익이 IBS의 연구 분위기를 망쳐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에 지장을 초래하는 비용을 결코 초과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세계 컨소시엄이 제시한 대전사이언스콤플렉스 조감도.
형식은 과학공원 재창조 실제는 유통재벌에 30년 저렴하게 임대영업

2. 정부가 과학벨트 수정안에 2,500억(민자 2,000억, 국비 500억)원을 들여 사이언스 콤플렉스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수정안에 대한 대전 시민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국비 500억 지원은 불확실해졌고, 대신에 재벌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형식은 과학공원 재창조를 통해 대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통재벌에게 과학공원을 30년 동안 저렴하게 임대하여 영업하게 하여 주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2년 전에 대전시는 롯데 그룹과 엑스포 과학공원에 5,200억을 들여 롯데 테마파크를 건설하려 하였다. 그러나 과학공원의 용도변경에 대한 행정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결국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의 사이언스 콤플렉스 건설은 과거 롯데의 테마파크 건립과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하나는 테마파크이고, 다른 하나는 복합 쇼핑몰일 뿐이다.

공공성이 일부 가미되었다 하지만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대부분이 상업용 시설이고, 투자 규모도 비슷하다. 롯데 테마파크 추진 때 제기되었던 사업의 성격, 교통, 환경 등 모든 문제점을 그대로 끌어 안고 있다. 그런데 사이언스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학공원에 대한 용도변경 등의 행정절차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3. 대전시가 대형 유통시설의 진출을 막기 위해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대규모점포관리계획’은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연면적은 29만m2이고, 대전에 있는 4개 백화점과 14개 대형 마트 전체를 합한 연면적은 34만m2이다. 이미 대전에서 영업하고 있는 대형 유통시설의 연면적과 맞먹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대형 쇼핑몰의 신규입점을 막기 위한 ‘유통총량제’라는 규제원칙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쇼핑몰의 허가 등 규제의 예외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유통총량제’라는 것이 시장원리에 합당하지 않은 행정편의적인 조치이지만 10년 이상 유지해 온 행정의 일관성은 지켜져야 한다. 초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대전시의 ‘대규모점포관리계획’이라는 행정조치는 하나의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학공원 사거리 주변 교통지옥 대책은?

4. 사이언스 콤플렉스가 들어서게 되면 과학공원 사거리를 비롯한 주변 지역은 엄청난 교통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금도 과학공원 사거리는 대전에서 가장 교통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상주인원이 3천명에 이르는 IBS, 연간 67만 명(하루 평균 2천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추산되는 HD 드라마타운과 함께 초대형 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이곳은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지역은 새로운 도로의 건설이나 확장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신세계는 ‘제2 엑스포다리’를 건설하고, 공원의 북측에 도로를 개설할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엑스포 과학공원에 몰리는 교통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과학공원 사거리의 교통정체는 충남대에서 원촌동으로 이어지는 동서 도로와 만년동에서 도룡동으로 이어지는 남북 도로에서 모두 심각한 교통정체를 유발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전 시민들이 부담하는 교통 혼잡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런 희생을 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지 면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대목이다. 

Ⅳ. 대전에 5천억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것은 대전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 축복받을 일이다. 사이언스 콤플렉스는 대전에 있는 모든 대형 마트와 백화점의 연면적의 85%에 이를 정도로 대단한 규모이다. 유통과 물류의 중심지로서 대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형 쇼핑몰이 과학공원에 위치하는 것은 사업의 성격과 교통과 환경문제, 재벌에 대한 특혜 등 너무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과학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미 두 개의 백화점과 여러 개의 대형 마트들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와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엄청난 교통 혼잡을 야기하고,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대전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것이 대전의 미래와 지역경제, 그리고 대전 시민의 삶의 질에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대전에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지혜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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