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우 정치칼럼]

허울만 좋은 국민공천이란 양대 정당의 물 타기 전략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김무성 여당대표와 문재인 야당대표가 임시합의문으로 내어놓은 안심번호제도입을 통한 제한적인 전화를 통한 국민경선추진합의는 피상적으로 보면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그럴싸한 그러한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설득력이 많지가 않은 논리들을 말하고 있다. 이 또한 정치 포풀리즘 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서 지금의 막힌 정파들의 亂(난) 정국을 넘어서려는 정치인들의 다급한 모습이 보인다.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형태로 선관위가 주관하여 여야가 동시에 국민들에게 각 黨(당)의 공천권을 전화경선을 위한 안심번호를 부여 받은 국민선거인단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일견 대의민주주의논리에 부합하는 것 같지만, 필자는 정치학자로 그 오류가 크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필자가 현실정치에 참여한 과거의 경험들을 잘 되돌아보면, 우리 민주주의 현장의 조건들이 우리의 경제수준에 걸맞게 풀뿌리민주주의의 토대가 그리 단단하지가 못하다는 쓰라린 추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각종선거의 공천자를 내는 과정이 당의 구성한 공천심사위원회의 지침 하에 일반국민여론조사결과와 당원들의 현장투표나 여론조사, 그리고 공심위의 면접결과 등이 다 고려되어서 하는 과거의 경우,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각종의 여론조사에서 일반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것을 필자는 정치의 현장에서 스스로 경험을 하였다. 정치무관심이 極(극)에 달한 한국의 현실에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준다는 허울 좋은 명분은 지금 정치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현역들에게 매우 유리한 것으로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제도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 democracy)가 탄탄한 정치선진국이야 스스로 이념과 성향에 따라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이 주도하여 후보를 내고 선거의 전략을 논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행하는 각종 여론조사서도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2-3%대로 매우 저조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공천이란 명분이 잘 살려질 수가 있을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지금도 여론조사 경선 시에 당원과 각종 후보의 조직을 중심으로 한 각종 여론 조직 동원 탈법사례가 평소의 애경사문화, 각종 지역모임, 학교모임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이 극복되지 않는 토대서 행하는 국민경선은 더 광범위한 조직 동원, 정치선전선동, 흑색선전을 일으키어 지금 양당의 대표가 이야기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이 나타날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민주정치의 핵심인 정당정치를 포기하고 포플리즘 지향적인 선거후보선정자체가 책임 있는 정당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로 정당의 존재감을 왜소하게 하는 잘못된 접근법이다. 당의 색깔과 철학을 담은 후보를 선출하는 전제조건으로 당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심위의 구성과 투명한 선정과정을 통해서 전략적인 판단까지 포함된 심의절차로 여러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자질이 있는 후보를 객관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이야 말로 정당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정당제도는 우리처럼 중앙당의 대표와 최고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한 당의 관료체제와 당협위원장 제도 대신 당원들이 중심이 되는 진성당원중심의 협의회체제로 우리가 말하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조건이 한국에서는 매우 다른 정치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서도 명분과 n논리가 앞서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지만, 지금 국회를 구성하는 정치문화와 정치행위자들의 자질과 행동이 이 법을 제대로 적용키에는 턱 없이 부족한 우리정치의 현실에서 지금 또 다시 이 법의 변경을 논의하는 것처럼, 안심번호전화경선을 통한 국민공천의 명분은 현실성보다는 당파의 근시안적인 정치셈법에 의한 잘못된 접근이란 생각이다.

지금 한국의 정당정치는 구호와 명분은 선진국이상의 논리성으로 포장되어있지만,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정치구태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자화상을 볼 수가 있다. 정실정치, 당파정치, 지역주의 정치, 소인배들의 정치적인 전횡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정치의 現(현)주소들이다. 거기에다 구태정치의 음산한 모습이 수면 하에서 아직도 독버섯처럼 버티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결코 적게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인들도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절대 善(선)으로 하고 당파의 이익보다는 한국의 정치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각자의 위치에서 良心(양심)과 眞理(진리)의 소리를 내어야 이 나라의 정치수준이 한 단계 더 성숙하게 올라갈 것이다.

2015.9.29일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대민국립정치대학 국제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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