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진호 시인·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

오죽하면 식물국회 꼬리표를 달았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봉을 한번 잡으려고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양심을 팔아서라도 여의도입성만을 노리는 정치꾼들 때문이다. 그렇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것이 중요할 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의 행렬로 여의도는 지금 북새통이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德)을 잃어 망하고, 권력을 가지고 놀면 욕(慾)이 성해 망한다. 국민을 하찮게 여기는 대한민국정치를 두고 하는 소리다.

오죽하면 ‘식물국회’라는 꼬리표를 달았을까? 제 꼬락서니도 모르면서 남의 탓만 하는 놈들, 내가하면 로멘스이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 우기는 놈들, 남의 비밀이나 폭로하고 헐 뜻 는 일을 의로움으로 착각하는 놈들, 남의 말을 자기네 입맛대로 해석을 해대고,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만 토해내면서도 순수가 통하지 않는다고 길길이 날뛰는 놈들 때문에 19대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우리 정당정치는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이렇듯 대한민국 정치가 형편무인지경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당정치를 너무나 서투르게 도입한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정당정치는 그 역사가 매우 일천한 게 사실이다. 8.15광복이후 부터 따진다고 해도 고작 70년이 우리의 정당정치 현주소다. 정책집합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사무처중심의 정당정치가 실현된 5.16으로 출범한 제3공화국부터 따진다면 우리나라정당정치역사는 불과 50여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그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정당이 추구해야할 이념과 정강정책이 만들어지면 그 이념과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국민들이 당원으로 참여하여 당의이념을 구현할 수권능력을 키워가는 일 그 자체가 정당정치의 본질이다. 그런데 우리는 5.16혁명주체가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면서 사실상의 정당정치는 실종이 예견되어있었다. 통치자의 들러리나 서는 정당정치로 시작했으니 하는 말이다. 

고정관념을 신념으로 착각한자들이 나라 망쳐

광복 이후 생겨난 우리나라 정당들 중에서 단 하나도 이념중심으로 창당된 정당이 없다.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정당들이 모두 인물중심으로 창당되었다 사라지곤 했다. 4.13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 둔 지금도 정권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정당을 만든다고 야단 북새통이다. 권력을 거머쥔 자들은 안 뺏기겠다며 발버둥을 치고, 권력을 뺏으려는 자들은 수단방법 안 가리고 권력을 거머쥐려 피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 이렇게 저질스러워진 건 당권을 쥔 사람에게 충성맹세를 일삼는 ‘전문바보’들 때문이다. ‘전문바보’란 자신의 전문분야에는 지식이 탁월해도 다양한 상식이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전문바보는 모든 걸 자기분야와 결부시키려 든다. 정치를 학문과 결부시키려는 교수들과 모든 걸 법으로만 따지는 법률가들이 그렇다. 자신의 고정관념을 마치 신념으로 착각하는 전문바보들이 더 이상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치는 민심을 천심으로 아는 사람 몫 돼야

우리나라 정치가 이렇게 막장드라마를 뺨치는 이유는 바로 정당정치가 잘못 된 탓이다. 국가와 민족은 안중에도 없고 정권유지를 위한, 정권탈환을 위한 정당들의 패거리정치가 한국정치 망쳤다는 말이다. 자기네 패거리에 순응할 전문바보들은 철저히 우대하고 비교적 이슈가 많아 껄끄러운 지역인재들의 등용은 철저하게 막아서는 우리의 잘못된 정당정치 때문에 오늘 우리 대한민국 정치판이 개판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치는 자고로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같은 고차원적인 말은 할 줄 몰라도, 허기진 이웃의 심경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지게 목발을 두드리고 살망정 진솔하게는 사는 사람,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하는 사람, 의로운 일에 초개 같이 목숨을 내던질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만 되면 망둥이처럼 날뛰는 시답잖은 교수들이나 알량한 법률가들은 모두 다 내쫓고 말이다. 

국회는 무릇 ‘국민 희망충전소’가 돼야 한다.

국회는 무릇 ‘국민들의 희망충전소’가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백성들이 더 좋은 일자리에서 행복을 맘껏 일구게 하고 국민모두를 골고루 잘살게 하는 일, 그 일이 바로 국회가 맡은 소임이다. 국민들이 즐겁게 일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조성을 해주는 일! 그 일이 국회가 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는 말이다. 언감생신,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눈을 까뒤집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회는 이미 국회가 아니다. 국민 희망충전소를 움직일 힘이 전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4대 사회악을 척결하겠다는 박근혜정부를 허수이비로 만든  19대국회가 바로 그 원흉이라는 말이다. 신뢰가 없이는 아무것도 세울 수가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바로 오늘 우리의 정치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적시하고 있지를 않는가 말이다.

100년 지기 같은 정당은 요원한 것일까?
 
4.13총선을 앞둔 오늘의 한국정치가 참으로 가관이다. 친박 비박 헤게모니 싸움으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새누리당도, 친노프레임에 사로잡혀 붕당을 자초한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안철수의 국민의 당도, 모두 이념과 정강정책들이 오십 보 백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그럴듯한 아젠다는 찾아볼 수가 없고.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만 되 뇌이고 있을 뿐이다.    

정당정치의 본질은 정강정책을 실현할 통치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일이다. 신뢰받는 정당 활동으로 수권 능력을 키우는 일,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도 중요하고 경제민주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당면한 정치개혁이 더 시급한문제다. 우리정치는 왜 목비틀린 풍뎅이마냥 제자리만 맴도는 것인지 우리는 왜 상생의 정치를 할 수가 없는 것인지 이제 좀 따져봐야 할 듯싶다.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이 뿌려지는 미국의 정당정치를 내 놓고 부러워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정치에 관한 한 그들이 부럽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를 그리고 민주당은 개혁을 표방한다. 200년이 넘는 정당사에도 그 들은 단 한 번도 당명을 바꾼 적이 없다. 어떠한 난제라도 타협 할 줄 아는 그들의 정당정치가 부럽다.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정권을 적절히 안배하는 미국유권자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부러운 이유다.

이젠, 철든 정치를 할 때도 되었건만

우리나라 정치판은 마치 초등학생들 싸움판 같다.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는 게 아이들 싸움이다. 차근차근 따져보면 싸울 일도 아닌데 우리의 정치는 그렇지가 못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서도 정작 정치마당에만 서면 너나 할 것 없이 싸움꾼으로 돌변해버린다. 감정이 앞서면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법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확인하고 서로의 이성에 호소하며 논리로 타협하며 살아간다.

이렇듯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을 제도화한 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다. 오는 4.13일에 대한민국 제20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실시된다.
이름 하여 스므살, 우리나라 국회가 성년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나라정치도 철들 때가 됐다는 애기다. 정치권이 스스로가 정당정치를 망치고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의무는 반듯이 유권자의 몫이라는 말이다. 20대 총선이 바로 대한민국정치를 바꿀 절호의 찬스다.

4.13총선은 한국정치개혁 할 절호의 찬스

그렇다. 4.13총선이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법정선거구조차도 제대로 획정하지 못하는 19대국회, 유엔안보리결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여 한반도를 전쟁 일촉즉발로 몰아가는 북한에 대응할 ‘테러방지법’ 하나를 제때 마련하지 못하는 식물국회, 그래서 급기야 ‘개성공단 철수’라는 파국으로 치 닿게 한 19대국회를 우리는 더 이상 대한민국국회로 용인할 수가 없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여망이 담긴 20대 국회의원총선거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번 4.13총선거에서조차 국민의 삶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후진정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자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우리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현실이 그렇다.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 한 국회개혁을 하루빨리 서둘러야하는 이유이다. 지금이 유권자 스스로가 국회개혁을 서둘러야 할 절호의 찬스라는 말이다.
 
4.13일을 한국정치 혁명일로 승화시켜야

우리속담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는 말이 있다. 그렇다.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바로 대한민국정치를 바꿀 터닝 포인트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는 말이다. 바꿉시다. 금배지를 마치 암행어사마패처럼 휘두르는 기득권 국회의원들을 이번 4.13 총선에서 모두 다 바꿉시다. 국가와 민족은 안중에도 없고 지지층이익만을 챙기는 파렴치한 정당들도 이번선거에서 반듯이 유권자의 손으로 심판합시다.
 
한국정치를 마치 플레이오프로 착각하는 정당들 버르장머리도 이번선거에서 반듯이 뜯어 고칩시다. 말이 좋아 험지출마지 한국정치가 무슨 야구경기입니까? 지명타자를 아무지역이나 갖다 꽂게요. 대의민주주의 기본인 지역대표의 국회진입을 철저히 봉쇄하는 험지 출마론을 들고 나온 정당들도, 험지에 출마를 한 후보자들에게도 유권자의 지업함을 반듯이 알게 이번 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줍시다. 단 한 사람도 당선시키지 말고 말입니다.

허덕이는 국민의 삶 헤아리는 道治가 그립다

옛 성왕의 정치는 도리로 세상을 다스렸으나, 후세가 되면 법률로만 천하를 쥐고 억누르려고 한다.(先王之世, 以道治天下, 後世只是以法把持天下)는 이 말은 法治만 가지고는 道治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 는 近思錄에 나오는 정명도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오죽하면 국회가 법을 만들면서 지켜야할 법을 따로 만들었겠습니까만 도치가 아닌 법치로는 모든 걸 해결할 수가 없다는 진리만 확인한 채 폐기만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4,500여개에 달하는 법률이 존재하는데...아직도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마이너스상태에 머물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도대체 앞으로 몇 천개의 법을 더 만들어야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헌신짝 버리듯 해버린 정치권과 국회가 만든 아이러니 아닙니까?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를 새롭게 바꿀 당찬 꿈을 꿔야 할 저잣거리 백성들이 자꾸만 옛 성왕의 도치천하(道治天下)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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