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학생들이 촛불 광장으로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이 저녁에 왜 광장으로 나왔을까?  저녁 7시 무렵이라면 고등학생이라면 대체로 자율학습에 들어갈 시간이고, 중학생이라면 집이나 학원에 있을 시간이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으며, 세월호의 가슴 아픈 기억을 거쳐 2016년 겨울, 공화국의 수장인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국기문란 때문에 그들은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들었다.

연단에까지 올라 발언하는 학생들의 말이 거침이 없다. 이렇게 형편없는 나라꼴을 만들어놓은 철없는 어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시원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등학생들까지 걱정하는 이 나라 근본 무너진 사회

초등학생들까지 걱정하는 이 나라는 지금 근본이 무너진 사회다. 국민을 ‘개, 돼지’라고 생각하고 국가를 자신들의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공화주의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까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이 나라가 어디까지 무너진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은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함과 진실 규명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일독립투쟁의 고귀한 역사인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고 ‘건국절’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더니,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실 추진하였다. 게다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역사적 고통을 돈 몇 푼에 일본에 팔아버린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을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알고 있다. 그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금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희망이 아니라 암울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는데 분노한다. 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아프게 호소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해 대학을 가지만 졸업하더라도 정규직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과 열심히 일해도 보상받지 못하고 30대에도 구조조정되는 세상, 공무원이 최고의 취업길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그들은 미래를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

암울한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그들은 광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우리의 근대사에서도 학생들은 미래를 자신들의 힘으로 올곧게 세우기 위해 떨쳐 일어났다. 촛불이 타올랐던 지난 주 3일은 ‘학생의 날’이었다. 3.1독립운동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일제 강점기의 학생들은 이후에도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 조선 역사 교육’ 등을 내걸고 꾸준히 동맹 휴학 등을 전개하여 오다, 마침내 11월 3일 광주에서 대규모로 ‘조선의 독립’을 외치며 시위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시위는 5개월에 걸쳐 전국으로 퍼져 나가 194개 학교 5만4,000여 명의 학생들이 독립운동에 참가하였다.

4·19혁명도 고등학생들이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여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목이 터져라 자유와 정의를 외쳐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다. 이 나라의 학생들은 결코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를 외면하지 않았다.

광장에 선 학생들 외침 외면하면 촛불은 혁명의 횃불 될 수도

이제 우리 사회는 그들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한다. 그들이 처해 있는 고통스런 입시경쟁체제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하고, 자신들이 개성과 능력에 따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무능한 정부와 정경유착으로 뇌물과 이권을 챙기는 부패세력을 몰아내야 한다. 광장에 선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하면 촛불은 혁명의 횃불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전시교육청은 이 도도한 역사적 흐름에 거슬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산원을 파악하고 학교에 주의와 감시를 촉구하였다. 일제의 앞잡이들이나 하던 행위라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이든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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