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23>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가 국립대 총장 임명까지 확대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충남대 총장 선거에 '한양대 인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투표결과 김영상 후보가 1위였지만 청와대가 한양대 출신의 2위 오덕성 후보를 낙점했는데 박길순 선거관리위원장과 당시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이재만 전 비서관이 모두 한양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한양대 인맥이 움직여 2순위였던 오덕성 현 총장을 임명했다는 주장인데 박 의원은 "간선제로 치러진 선거인단 49명 가운데 김 후보가 26표, 오 후보가 23표를 득표했는데 오 후보의 23표 중 13표는 모두 외부위원이 몰아줬다"고 폭로했다. 선거에 참여한 외부위원 13명 전원이 오 후보에게 표를 준 셈인데 박 의원은 "외부위원의 투표에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 “충남대 총장 선거에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

청문회에서 김상률 청와대 전 교문수석은 한양대 출신은 맞지만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으며 충남대 측도 해명에 나섰다. 충남대 진윤수 부총장은 "오 총장은 이재만 전 비서관을 알지 못한다"고 했고 박길순 선거관리위원장 역시 "근거 없는 소문과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총장 선거 후 학교 안팎에서는 청와대 인맥 운운하며 차점자인 오 후보의 낙점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충남대 총장 임용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아직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청와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수년 동안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거나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한 일, 총장 직선제 폐지 압력 등으로 볼 때 의혹을 품을 만하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에 따르면 공주대 등 총장공석인 대학이 4곳, 충남대 등 2순위 후보가 총장이 된 곳이 5곳, 총장 임용 지연에 따른 행정공백이 발생하는 대학이 3곳이다.

특히 인근 공주대는 34개월째 총장 공석사태를 빚고 있는데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총장 후보 1·2순위를 모두 부적합하다며 임용 제청을 거부한 후 소송 중이다. 총장 후보 1순위 교수가 1, 2심에서 승소했지만 불복한 교육부가 대법원에 상고해 선고가 늦어지고 있다. 총장 공석으로 인해 공주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정원을 200여명 줄였는가 하면 정부의 특성화사업 선정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공주대 총장 공석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교육부와 임명권자인 청와대에 있지만 총장 직무대행체제가 장기화됨으로써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 사이 공주대의 재정수입은 100억 원 가량 줄었으며 정부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5월 평가에서 또 다시 하위등급을 받으면 공주대는 정원의 15%를 더 줄여야 한다. 답해야할 교육부와 청와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학교 구성원들의 고통만 커지니 한심한 노릇이다.

15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4차 청문회에서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을)은 충남대 총장 선거에 비선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YTN화면 캡처.
충남대 오덕성 총장 자료 공개하고 본인 입으로 해명해야

국립대가 이처럼 정부 산하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교대의 총장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전환하도록 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등 노골적으로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을 간선제로 유도했다. 총장 임용 지연이나 거부, 2순위 임용 등 석연치 않은 총장 임용이 지속됐지만 대학 구성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는 것도 정부에 밉보이면 대학평가나 재정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 다물고 순응하면 당장 재정사업 한 두건은 건질지 몰라도 정부의 대학 길들이기는 점점 더 심해질 게 뻔하다. 대학은 정부 산하기관으로, 총장은 교육부 시녀가 되길 원한다면 몰라도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의 자율성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기를 들지 못한다면 대학 황폐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대학 총장을 3년 가까이 공석으로 두고 번번이 2순위 후보를 임명하는 비정상을 계속 두고 볼 순 없다.

박근혜 정부가 해온 국공립대 총장의 파행적 임용만으로도 이 정부의 대학정책은 공공성을 잃었으며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조특위와 특검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의심을 받고 있는 충남대 오덕성 총장도 본인 입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겠다. 단순히 한양대 출신이라서 받는 오해라면 증거와 자료라도 내놓고 구성원들의 의혹을 풀어주는 게 대학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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