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대전광역시교육청 청사 벽면에는 세 개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6 시·도교육청 평가 2년 연속 우수교육청 선정,’ ‘에듀힐링센터, 정부3.0우수사례 경진대회 대상 수상,’ 그리고 ‘제97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광역시 1위’ 등 자랑할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쳐다볼수록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왜일까.

신정섭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
2016년 대전교육은 정말 바람 잘 날 없었다.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파행, 봉산초·대덕고 불량급식 파동, 대전대신고등학교 채용비리 의혹, 대전예지중·고 재단 비리,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 대전성모의집 신축 이전 무산, 게다가 최근 불거진 기성초 길헌분교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대전교육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우수교육청 인센티브로 34억 원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전의 학생들이 전국에서 가장 행복하고, 학부모가 가장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에듀힐링센터를 통해 교육가족들이 긍지와 자부심,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럴 듯하게 지어낸 이야기가 진실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현상을 논리학에서 ‘이야기 편향(story bias)’라고 일컫는다. 참, 거짓을 떠나 스토리는 대중의 뇌리에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정치적 수사(rhetoric)이다. 하지만 현실을 왜곡하는 이러한 정치적 수사의 허점은 때로는 너무 쉽게 드러나고야 만다. 참기 힘들만큼 억울하고, 불편하고, 아픈 대중들에 의해서다. 

6개월째 월급 못 받아 생계 막막한 예지중·고 교사들

벌써 6개월째 월급을 못 받아 생계가 막막한 예지중·고 교사들에게 ‘우수교육청 포상금 34억’이 다 무엇이랴. 예지 가족들은 온갖 ‘갑질’을 일삼은 유정복 교장이 무자격자란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한 교육청을 믿고 1년을 싸우고, 울고, 버텨왔다. 교육감은 이렇게 아픈 진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교육감과 대전시교육청은 자신들의 성과를 선전하고 홍보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잘한 일을 칭찬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화자찬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마련이다. 상처가 큰 자들에게 그 메아리는 칼날이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고 한다. 지금은 익숙해진 유체이탈 화법이지만, 그래도 ‘단군 이래 최고의 코미디’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원래 희극(comedy)라는 단어는 “단순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를 지칭하는 데 쓰였다.

대전교육청이 2년 연속 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전의 학생과 학부모가 전국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서둘러 결론을 맺는 것은 코미디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 잣대가 ‘보수교육감 감싸기’의 수단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억울하고 불편하고 아픈 사람 없도록 대전교육 바로 서야

전교조대전지부는 정유년 새해가 밝으면 둔산동으로 이사를 간다. 현 홍도동 지부사무실 자리에 특수교육 전환교육지원거점센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 지붕 살림을 했던 대전교총은 교육청으로부터 2억 원을 지원받아 새 둥지를 마련할 예정인 반면, 전교조대전지부는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돈 한 푼 못 받고 그냥 쫓겨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우회전만 거듭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법이다.

2016년 대전교육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새해에는 제발, 정치적 수사나 코미디 말고 억울하고, 불편하고, 아픈 사람들이 없도록 대전교육이 바로 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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