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30>

지난해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대전지역 학교와 급식 관련업체 간 유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대전시교육청은 20개 학교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급식업체 간 담합과 식재료 납품비리 의혹을 감사한 결과 교장 1명과 행정직원 1명을 중징계하는 등 89명을 중경징계 및 경고, 주의처분하고 4건은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20개 학교를 감사했는데 모두 적발됐다는 것은 대전의 300여 급식학교에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지적한 학교를 집중 감사한 결과라지만 비단 이들 학교에만 급식비리가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의혹을 제기한 전교조도 시간과 인력, 자료의 방대함으로 인해 더 많은 학교를 조사하지 못했을 뿐 일선학교의 급식시스템이 유사하다고 했다.

20개 학교 감사해 모두 적발… 대전 300여 급식학교 감사한다면?

감사결과만 봐도 특정학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식자재의 기초금액을 부적절하게 산정해 예산을 낭비하거나 월별로 이월된 급식비를 연말에 과다 사용했다. 업체선정에서도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지명경쟁을 채택해 특정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식재료 선정 때는 특정업체 상품을 과다 지정함으로써 혜택을 주는 식이었다.

특정업체 식재료를 과다하게 지정한 학교 관계자가 납품업체 직원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으며 일부 영양교사들의 여행에 식재료 납품업자가 식사 등의 향응을 제공한 의혹은 경찰의 추가 수사를 받게 됐다. 학교장이 납품업체 선정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학교와 업체 간 유착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 감사는 금전거래 등 유착의 증거까지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직원 5명이 20개 학교의 몇 년 치 자료를 뒤지는 게 쉽지 않으며 거미줄처럼 얽힌 유착의 사슬을 찾기도 만만치 않다. 한 업체가 주변인 명의로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학교와 간접납품업체, 식재료 납품업체 간 짬짜미 증거는 내부 장부와 거래내역 등을 뒤져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교육청 감사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200원짜리 김을 6000원에 납품 받아 업체에 무려 1270만원의 이득을 줬는데도 단순한 행정실수로 봐 수사의뢰 하지 않고 변상조치에 그쳤다. 200원짜리를 30배 비싸게 책정했으니 적발됐지 500원이나 1000원으로 슬쩍 올렸다면 찾지도 못했을 것이다. 학교와 업체 간 유착이 사실이라면 이런 거래가 다반사일 테니 행정착오라고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교육청 감사처분 결과도 인원만 89명으로 많았지 중징계 2명, 경징계 14명, 경고 42명, 주의 31명으로 미약하며 징계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퇴직한 교장, 행정실장, 교감, 영양(교)사들이어서 형식에 그친 솜방망이 수준이다. 재발방지 대책 역시 식재료 구매지침 개선이나 모니터링 강화 등 원론적 수준이어서 급식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

전교조는 지난해 10월 학교 급식비리 관련 의혹 제기와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 간 담합 의혹과 학교급식 식재료 발주의 문제점, 업체지명경쟁의 폐해, 학교급식 관련 유착 의혹 등을 공개했다.
경찰의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에 대전 학교급식 미래 달려 있어

기자가 대전 급식비리 의혹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아는 사람끼리 은밀하고 교묘히 이뤄지기 때문에 누군가 관계도를 그려주며 폭로하지 않고선 알아내기도,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전급식의 ‘빅 3’로 통하는 업체들이 경찰의 압수 수색을 받지 않았다면 교육청은 이 정도 감사도 벌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여러 한계에서 보듯 결국 급식비리 의혹은 경찰이 책임지고 밝혀야 한다. 전교조가 대전지방경찰청에 급식비리를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낸 게 지난해 10월인데 아직 경찰은 답이 없다. 교육청 주변에서는 영양(교)사와 업체 관계자 몇 명의 유착을 드러내는 정도에서 경찰 수사가 마무리 될 것이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교육감의 측근이 연루돼 있다는 의심부터 급식비리의 핵심 브로커라는 사람이 "교육청 관료의 70%가 내 밥 얻어먹은 사람"이라고 할 정도라는데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면 봐주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전형 급식비리는 일부 업체의 독식과 부조리에 대한 소규모 업자들의 불만에서 출발했다. 경찰이 의혹을 밝혀내는지, 덮는지는 업자들이 가장 먼저 알 것이다. 경찰의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에 대전 학교급식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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