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야/내 밭에 우리들 풀이 났다고 우겨대겠지만/밝고 맑은 하늘과 땅 사이의/태곳적 우리 들(野)에선/당신이 잡초였음을 모르시는가//당신의/ 그 고집으로/베려면 베라지, 잘려 드리지요/낫을 놓기도 전에/땀을 닦기도 전에/또 자라 올라오면 되지요. -중략- <풀의 함성(喊聲)>

내가 너를 좋아하면/너도 나를 좋아하는 줄로 안다/어리석게도,//내가 너를 믿으면/너도 나를 믿는 줄로 안다/정말로. <나는> 전문.

강헌규 공주대 명예교수.
강헌규 공주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77·시인)가 7번째 시집 ‘풀의 함성’을 출간했다. 1940년 대전 출신의 강 교수는 2000년 ‘문학21’로 등단한 시인으로 충남도문화상(학술부문)과동숭학술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1994년 수필집 ‘날 수 있는 사람들’ 출간 이후 ‘행복한 소크라테스고 싶어라(1994)’, ‘물 위에 쓴 이름(1995)’, ‘조용한 복을 빌면서(2002)’, ‘매월당 엄홍도가 그리워(2005)’, ‘칸나의 꿈(2007)’, ‘첫눈(2009)’에 이은 7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초심이 그리워’, ‘나뭇잎 손수건’, ‘약속은 하지 말아요’, ‘너를 어떻게 부르지’ 등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자연과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풀의 함성.
리헌석 (사)문학사랑협의회 이사장(시인, 문학평론가)은 강 시인의 시집 ‘풀의 함성’ 감상기를 통해 “버려지고 소외되어 있는 삶에 대한 연민과 긍휼을 작품에 담아낼 만큼 강 시인의 내면은 근원적 생명사상과 닿아 있다”며 “이러한 깨달음으로 빚어진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과 감동을 공유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인본(人本)은 더 밝아질 것이며 세상은 더 환해질 것”이라고 했다.

강 시인은 시집 서문에서 “학문이라는 것이 좋아 평생을 매달렸고 시라는 것도 몰래 써서 살짝살짝 얼굴을 내밀어 왔다”며 “속으로만 불태워 온 디오니소스적, 돈키호테적 마음의 결정(結晶)을 누가 알까 두려워하는 마음 누르며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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