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단편소설] 3. 엄마! 나 여기 있어. 9명 애끓는 가족 품으로…

돌아온 세월호, 이광희 作

다음은 조용한 현호 차례였다.
“현호도 한마디 해봐.”
또치쌤이 가까이 앉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현호는 이곳에서 늘 조용한 편이었다. 말수가 많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마을이 그나마 침묵으로 일관되지 않는 것은 현호의 기타 소리가 나직하게 들리기 때문이었다. 만약 현호가 기타를 치지 않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 마을 자체가 적막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현호는 자신이 만든 노래를 기타로 쳐보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아마도 3년의 세월을 가장 짧게 보낸 아이가 있다면 바로 현호 일 것이다.
“나는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치고 바람 부는 대로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내 소원이 있다면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드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어 다니며 흥얼흥얼 읊조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거지요. 그것이 명곡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냥 사람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거예요.”

울고있는 기타, 이광희 作

현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나 차분했으므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 마을을 떠난다면 나는 집시가 될지도 몰라요. 낭만과 사랑이 흐르는 북구를 여행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사랑도 나누고 좋은 작품도 쓸 거예요. 먼 훗날 지구상 어느 한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내가 있다면 아마 그것이 내가 아닐지 모르겠어요. 물론 영어선생님도 하면서 말이에요. 나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현호는 여전히 기타를 옆에 끼고 있었다. 여섯 살 때 할머니의 임종을 혼자 지켜본 아이라 그런지 매사에 달관한 모습이었다. 말투도 어른스러웠다. 아침에 면도를 하다 입술에 베인 자국이 남아있던 아이는 아빠의 휴대폰에 ‘내 심장’이라고 쓰여 있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내가 4대독자니까 아들은 한명 낳아서 엄마 품에 안겨드려야겠지요.”
현호의 그 말에 웃음보가 터졌다. 여자 아이들은 힐끔힐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영언이도 그제야 얼굴을 펴고 피식 웃었다. 

“다음은 다연이가 한마디 하셔야지.”
또치쌤이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던 다연이를 보며 말했다.
“저요?”
“응.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 했거든. 다연이도 앞으로의 희망이라든가 꿈 뭐 그런 밝은 이야기를 한마디 해봐.”
“희망과 꿈이라.”

다연이가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무릎사이에 턱을 묻으며 말했다.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늘 어두컴컴한 이 마을에서 희망과 꿈을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모순이었다.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선명한 생각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는 희귀병을 앓는 엄마가 건강해지는 것이 제 꿈이고 희망이에요.”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될 거예요. 엄마를 참으로 사랑하거든요. 물론 아빠도 사랑하지만 엄마는 손을 놓을 수가 없어요. 한시도 엄마의 생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엄마가 정말 건강을 회복해서 활기차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간절한 제 소원이예요.”

아이는 붉었던 눈시울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요. 나는 엄마를 잊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해요.”
아이는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울고 있었다. 모두 그 모습을 바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매일 퇴근시간마다 전철역으로 아빠 마중을 나갔어요. 돌아오는 길에 군것질도 하고..... 아빠도 알 거예요. 왜 내가 군것질시켜달라고 졸랐는지. 아빠의 예쁜 딸이고 싶어서였어요. 아빠가 좋아 이번 여행에서도 아빠 모자를 빌려 쓰고 왔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누가 아빠 마중을.......”
아이는 오열하듯 울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배처럼 천근의 무게로 마을회관을 짓눌렀다. 숨을 쉬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작은 바람, 이광희 作

누군가가 분위기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또치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소매 끝으로 눈물을 씨익 닦으며 말했다.
“이러려고 시작한 게 아닌데. 다음은 누구죠?..... 아! 나군요.”

또치쌤은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는 화재를 바꿀게요. 너무 무거워서 안 되겠어요. 내가 처음 사랑을 고백했던 이야기를 할게요.”
그제야 아이들이 눈물을 닦았다. 갑자기 은희와 다연이의 눈이 새까맣게 빛났다. 눈물방울이 맺힌 눈이라 더욱 선명하게 반짝거렸다. 현호와 영언이도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얘기해 주세요. 선생님. 언제 사랑을 고백했나요. 아니 사모님이 첫사랑 이었나요?”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사랑에 있었다.
“첫사랑?”
또치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첫사랑이 아니었나요?”
현호가 되물었다.
“물론 첫사랑이지.”

또치쌤이 웃으면서 아이들의 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또치쌤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길게 목을 빼고 그의 입만 쳐다봤다. 무거운 그림자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얼굴들이 환하게 밝아왔다.
또치쌤의 부인이 이웃하고 있는 학교의 교사란 것을 모르는 아이들은 없었다. 다만 그들이 어떻게 만났느냐가 궁금했다. 또 어떤 방법으로 사랑을 주고받았으며 무엇에 감동하여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하는 것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말똥말똥 또치쌤을 주시했다.

“언젠가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 그곳에 있었어. 물론 옆모습 이었지만 환상적이었어. 내가 늘 마음속에 그려보던 여인의 모습이었지. 내가 국어선생님이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 말로 다할 수 없어. 그냥 너무 너무 아름다운거야.”
아이들의 예상과 달리 또치쌤이 너무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기에 회의장이 더욱 조용해졌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짓눌렀던 어둠보다 더 무거운 진지함이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
“그 모습에 반해 뚫어지게 그녀를 쳐다봤지. 세미나는 안중에도 없었어. 오로지 그녀만 쳐다보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쳤지.”
“와우.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또치쌤만 쳐다봤다.

“처음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더욱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다른 곳을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어. 그냥 한 점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듯이 그렇게 그녀의 눈만 쳐다봤지.”
“사모님도 같이 눈을 마주쳤나요?”
현호가 물었다.
“아니야. 그녀는 부끄러웠던지 눈을 피하더라고. 그런데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어. 여기서 그녀를 놓친다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세미나 도중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지.”

아이들은 침을 삼키며 또치쌤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리를 비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 조금 떨어진 곳 이었거든.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사내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불편했던 모양이야. 내 눈을 피해 도망가 버렸지.”
또치쌤은 실망의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은 더욱 달아올라 그의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도 헛보지 않고 소상히 관찰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그녀가 쌤의 첫사랑이었나요?”
은희가 까만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마음고생을 했지. 그녀를 찾았지만 아무데도 없었어. 그런 마당에 세미나가 눈에 들어왔겠니. 식음을 전패하고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어.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영원히 그렇게 떠나가는 모양이구나 했어.”
아이들은 또치쌤의 말에 함몰되어 있었다.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영애 아주머니와 동장님도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나요.”
조용하게 앉아 딴전을 펴던 영애 아주머니가 주먹을 움켜쥐며 물었다.
“한 반년이 지났을까요. 나는 초죽음이 되었지요. 상사병에 걸려 아무것도 못했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반년을 그렇게 상사병을 앓았으니까요. 몸이 반쪽이 되고 정신은 피폐해졌지요.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몸을 추스른 것은 그렇게 반년이 지나던 때였어요. 겨우 몸을 추스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요.”

“첫눈에 반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상사병을 앓았어요?”
“그때는 그랬던 모양입니다. 총각 때였으니까요. 그렇게 한번 보고 다시는 보지 못했는데 가슴이 아려 죽는 줄 알았어요. 이것이 상사병이구나 하는 것을 안 것도 그 일이 있고난 뒤였지요.”

기다림에 지친사람, 이광희 作

또치쌤은 체육선생님 답지 않게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연기력을 더했다. 실감이 나는 대목이었다.

“그럼 지금 부인은 그 다음에 만나신 모양이군요. 어떻게 만나셨나요?”
영애 아주머니가 또치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든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꼬치꼬치 캐물었다.

“너무 빨리 진도를 나가지 마세요. 제가 때가 되면 진도를 나갈테니까요.”
또치쌤이 속도를 조절했다. 아이들도 침을 삼키며 그의 추이를 살폈다. 모두 그의 이야기에 빠져 안달이 나있었다.
“언젠가 봄날 이었어요. 담장에 노란 개나리가 피고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지요. 참으로 따사로운 날이었어요. 그날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다 담장의 꽃이 너무 아름다워 그것을 보러 담장 밑으로 다가갔지요. 그런데. 그런데....”

또치쌤이 말을 잇지 않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 하나같이 길게 목을 빼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며 먼 곳을 너머다 보고 있던 동장님마저 마른 침을 삼키며 또치쌤의 입을 주시했다. 그는 짓궂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내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끝낼게요. 다음은 동장님 이야기 차례입니다.”
“무슨 얘기요? 하던 것을 마저 해야지. 이 대목에서 내 얘기를 듣다니요. 또치쌤도 짓궂기는. 마저 하세요.”

동장님이 도리어 안달이었다. 아이들도 하나같이 얘기해 달라고 보챘다. 모두 목이 빠질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넘긴다면 숨조차 넘어갈 판이었다. 그제야 또치쌤이 못이기는 척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웃 학교에 그녀가 나타난 겁니다. 그토록 가슴앓이를 했던 그녀가 먼 곳도 아닌 바로 이웃학교에 있었던 겁니다. 말이 됩니까. 나는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지요. 내 눈을 의심했어요.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시 봤지요. 분명 그녀 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 학교 교사였던 겁니다.”

또치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오른손을 쳐들었다.
“다시는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울타리에 피어있던 개나리와 목련, 산수유를 한 아름 꺾어들고 담을 넘었지요.”
“월담을 해요?”
동장님이 사시 눈을 뜨며 물었다.

“그럼요. 그길로 그 학교 교무실로 쳐들어가서 사랑을 고백했답니다. 제 사랑을 받아 달라고요. 그러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단 한걸음도 옮길 수 없다고 말이지요.”
“야. 우리쌤 대단하시네요.”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만난 사람입니다. 내 마음이 집사람에게 닿지 않아 돌아가지 못하는지 모르지만 이제 돌아가면 다시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정말 사랑하거든요. 여보 사랑해! 다시 헤어지지 말자!”
또치쌤은 양손을 말아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검푸른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돌아와 주렴, 이광희 作
“멋져요. 정말 멋져요. 또치쌤은 정말 멋지시네요.”
영애 아주머니도 박수를 쳤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을 회의가 환호성으로 막을내리고 있었다.
“그래요. 그때 월담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또치쌤이 인접 학교의 교무실에 쳐들어가는 바람에 우리학교에 난리가 난적이 있었지요.”

동장님이 지난 일을 회상하며 뒷받침 해주었다.
이날 회의는 동장님의 마지막 합평이 있었지만 또치쌤의 사랑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동장님도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었던지 길게 주절거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동장으로서 마을의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동안 불편함이 있었다면 용서해달라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마지막 맨트를 날렸다.
“사실 내가 우리 사랑하는 집사람과 결혼 한지 34년이 지났어요. 34주년 결혼기념일이 며칠 전에 지나갔어요. 그날 집사람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여 조만간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예감에 오늘 회의를 소집한 겁니다.”

그의 말에 모두 박수를 쳤다. 이어 동장님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도 집사람이 무지 보고 싶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한참이 지난 뒤 마을 하늘이 열리는 날을 대비해 각자의 짐을 빠짐없이 챙겨둘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동장님의 말처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머리에 불을 달고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더니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들의 눈에는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 있었지만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혼란스러움이 마을을 엄습했다. 
동장님은 좋은 징조라고 마을 스피커를 통해 방송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다독거렸다.

그의 말처럼 하늘이 열렸다. 어둡던 마을에 작은 창으로 불빛이 들어오더니 곧이어 마을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창문마다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낮처럼 밝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챙겼던 짐을 들고 마을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별다른 짐은 없었다. 각자가 매고 있던 여행용 가방과 책가방이 전부였다. 영애 아주머니만 아들에게 주기 위해 장만했다는 옷과 이삿짐이 한보따리였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토록 기대했던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동장님이 걸죽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제 가자. 엄마 아빠를 만나야지. 그리고 우리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들을 만나야지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잖아요.”
그의 말에 모두 걸음을 다투었다.
권씨 아저씨가 혁기를 데리고 가장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은희와 다연이, 영언이, 현호가 손을 맞잡고 뒤따라 나갔다.

그 뒤를 또치샘이 따랐으며 마지막으로 양 선생님이 덩치 큰 몸을 뒤뚱거리며 문밖으로 나왔다. 그의 귀 뒤에는 여전히 멀미약이 붙어있었다.
모두 아홉 명이 환하게 웃으며 어두운 공간을 벗어나 햇살이 쏟아지는 곳으로 뛰어 나갔다. 그때 중간쯤 가던 다연이가 까치발을 들고 소리쳤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뛰어나가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울타리에 개나리가 샛노랗게 피어 있었다. 개나리는 바람에 날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 사이로 아이들의 엄마와 아내와 형제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도 하나같이 손에 샛노란 개나리를 들고 흔들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꽃 세상이었다. <끝>

아이들을 기다리는 샛노란 개나리, 이광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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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디트뉴스24 사장·소설가
이 단편소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9명의 영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그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허구로 재구성했다.

개인적으로 미수습자 9명을 알지 못하지만 그 아픔을 그들의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정말 간절히, 간절히 9명 모두가 서로 손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으면 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이에 세월호를 타고 먼저간 조은화양, 허다윤양, 박영인군, 박현철군과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그리고 이영숙씨, 권재근씨와 그의 아들 혁규군에게 바친다.

이광희 소설가는 지난 1997년 구인환 선생과 윤병로 선생의 추천으로 천료되었으며 저서로는 장편소설 <붉은새> 상·하, <청동물고기> 1·2·3권, <소산등>, <문화재가 보여요>, <충청혼맥> 등이 있다. 현재는 본보에 연재소설 <진시황과 여>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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