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29>

사이판지도.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신문과 TV 홈쇼핑 채널마다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물론 낯선 이국에서의 관광은 더위를 잊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도 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철에 바캉스를 떠나는 것인지 땡볕 아래 관광여행을 떠나는 것인지 약간 애매한 여행(?)을 하고 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북위 14도∼21도, 동경 144도∼150도 태평양의 작은섬 사이판(Saipan)은 남북 약 23㎞, 동서 3~8㎞로서 고구마처럼 생겼으며, 면적은 제주도(1845㎢)의 약10분의 1인 185㎢이다. 사이판은 세계 일주를 하던 마젤란이 1521년 처음 발견했지만, 이후에도 태평양을 항해하는 기항지로만 이용하다가 1565년에야 스페인령으로 편입되었다. 1665년 사이판 일대의 섬들을 당시 ‘마리앙스 도리지시고’ 스페인여왕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나 군도”라고 불렀지만, 1860년 스페인-미국전쟁에서 패한 스페인은 1899년 이미 미국에게 빼앗긴 괌을 제외한 북 마리아나 제도(諸島)를 450만 달러를 받고 독일에게 팔아버렸다.

이후 마리아나 제도는 15년 동안 독일의 점령지였으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에게 점령당한 후 1944년 미국에게 항복할 때까지 30년 동안 일본의 점령지였다. 2차 대전 후 1947년부터 1986년까지 40년 동안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았던 사이판 일대의 섬들은 1986년 11월 미국의 자치령이 되어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C.N.M.I;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이 공식명칭이고, 수도는 사이판이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사이판을 비롯하여 티니안(Tinian)․ 팔라우(Palau)․ 포나페(Ponape)․ 마주라(Majura)․ 트럭(Truck)․ 로타(Rota) 등 14개 섬들이 마치 일본 열도처럼 약간 구부러진 바나나 형태이지만, 유인도는 5개뿐이다. 주민은 약50,000명 정도인데, 85% 이상이 사이판에서 살고 있다. 그중 원주민은 25,000명가량이며, 원주민과 유라시아 혼혈인 차모로족(Chamorro)이 3/5 정도이고, 동 캐롤라인 제도에서 이주해온 캐롤라인족(Carolian)이 2/5정도라고 하지만, 차모로족과 캐롤라인족을 외형적으로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대체로 검은 피부에 뚱뚱한 모습이다. 섬의 동쪽은 태평양이고, 서쪽은 필리핀 해인데, 서부 지역은 비교적 평평해서 인구 밀집지역이고, 동쪽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밀림지대다. 그러나 섬 자체가 석회질의 화산섬이어서 농사짓기에 부적당해서 야자, 바나나 같은 열대성 과일과 채소만 생산되고 있다. 사이판은 섬 자체가 화산섬인데다가 깊은 계곡도 없어서 물 부족현상이 매우 심한데, 지하수조차  염분이 많고 상수도에서도 산호가루가 섞여 나와서 식수로 사용을 금지하고 빨래 같은 허드렛물로만 사용하고 있다.

하늘에서 본 사이판.
주민들 대부분은 빗물을 받아서 식수로 사용하고, 호텔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생수를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물 값이 비싸다. 물론 호텔과 리조트마다 만든 수영장의 물도 빗물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평소 위장이 허약한 내가 생수를 마시고 있어서 500밀리 생수 60개를 갖고 가서 물 걱정은 하지 않았다.

 미국이 신탁통치를 하는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사이판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향상되었으나, 자치령이 된 후 지원이 끊기자 주민들 일부는 자치정부를 반대하고 미국의 직접 통치를 받자며 미국으로의 귀속을 청원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부존자원은 부족하지만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다는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은 주민들의 생존을 관광수입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이판 당국의 노력은 서울에도 마리아나관광청사무소를 설치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또 사이판의 모든 차량의 번호판에는 “Hafa Adai"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것은 우리말의 "안녕하세요”라는 원주민어로서 마치 ‘어서 오세요’라는 제주도 방언인 ‘ㅎ.ㄴ저옵서예’와 같다. 또, 원주민들이 주먹을 쥔 모양에 엄지손과 약지 손가락을 편 채로 ‘하파-아다이’하고 말하는 것은 환영의 의사표시라고 한다.

2차 대전 중 일본군이 점령했으나 미 해병대에게 빼앗긴 사이판은 일본인들이 빼앗긴 자국의 영토를 찾아가듯 전적지를 찾는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20여 년 전부터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격증하고 있어서 관광지마다 일어․ 영어․ 한글 등 3개 국어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자동차 번호판.
인천에서 사이판까지는 비행기로 약4시간 거리이고, 한국표준시보다 1시간이 빠르다. 오랫동안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았던 사이판은 미 공군비행장을 이용하고 있어서 군사정보를 유출을 방지한다고 야간에만 이착륙을 허용하다가 최근에는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사이판국제공항을 따로 만들어서 언제든지 이착륙이 가능해졌다. 또, 미국령이긴 해도 태평양의 외딴 섬이어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무비자 체류는 45일까지 가능하다. 

 또,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현지 운전면허증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이 가능하지만, 관광객들이 자국의 운전면허증 소지자라면 얼마든지 렌트가 가능하다. 또, 사이판과 인근 섬들과의 유기적인 통행체제가 마치 육로의 버스운행 스케줄처럼 원활하게 움직인다. 우리 가족이 사이판 시내는 물론 북쪽으로 약 2.5㎞쯤 떨어진 마나가하 섬과 티니안 섬을 여행하면서 탄 페리들이 모두 그랬는데, 선원들도 매우 친절해서 우리의 연안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운행하는 관계자들도 한번쯤 배워야 할 것 같다.

태평양 넓은 바다의 작음 섬 사이판여행은 오염되지 않는 맑고 깨끗한 바다와 산호초, 그리고 투명한 하늘 등 천연자원을 구경하며, 사이판 섬과 인근의 마나가하 섬을 여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근래에는 인근 로타 섬과 티니안까지 여행하는 관광객도 많이 늘었다. 그밖에 Mariana Country Club(19홀, 9홀), Spain Country Club(9홀), King Fisher Golf Links(18홀), Lao Lao Bay Golf Resort(36홀), Coral Ocean Point(18홀)등 작은 섬에 비해서 너무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크고 작은 5개의 골프장을 만든 것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인데,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주말이나 연휴에 골프관광을 하러 오는 경우도 많다.
 

하야트 리조트.
여담으로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동안 독일인들은 방범과 호신용으로 자국의 개 도베르만(Doberman)을 많이 길렀는데, 일본에 쫓겨서 섬을 떠날 때 버리고 간 개들이 야생화 되어서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주민들은 호신용으로 야구 방망이 같은 몽둥이를 들고 다니기도 했으나, 한국인들이 많이 왕래하면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보신탕 원료로 활용되면서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했다.
 
사이판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자귀나무를 'Saipan Tree'라 하여 자치령의 국화라고 하는데, 꽃이 마치 불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꽃나무(Flame tree)'라고도 부른다. 또, 마치 무화과나 굴참나무처럼 긴 타원형 잎사귀에 하얀 목련꽃과 같은 '플루메리아(Plumeria flower)'를 원주민들은 ‘Bougonville"이라고 부르는데, 자귀나무나 플루메리아 등 두 종류의 꽃은 사이판이나 그 밖의 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으며, 거리마다 아름드리나무들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이 주변을 화사하게 해주어서 더욱 이국적인 멋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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